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7-28 15:33:5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소비자심리가 석 달 연속 개선되며 장기평균을 웃돌았지만 현재 살림살이와 경기 체감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임금 상승 기대가 전체 소비심리를 떠받친 반면 고물가와 주가 하락은 소비자들이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를 나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악화했다.
▲ 소비자심리는 미래 기대에 힘입어 개선됐지만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 체감은 악화해 체감물가 안정이 내수 회복의 관건으로 꼽힌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 한 호텔에서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석유류 가격에 이어 먹거리와 공공요금 등 생활밀착 품목의 가격을 얼마나 안정시키느냐가 소비심리 개선을 실제 소비와 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8로 6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말 발발한 이란전쟁 여파로 4월 99.2까지 떨어졌지만 5월 106.1로 반등한 뒤 석 달 연속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에 따른 체감경기 저하에도 소비자심리지수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및 투자 호조, 임금 상승 기대 등으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며 "소비자심리가 장기 평균을 상회하는 가운데 낙관적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기준값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2025년)보다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부 항목에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인식이 엇갈렸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93으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현재경기판단 CSI도 84로 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생활형편전망 CSI는 98, 가계수입전망 CSI는 101로 각각 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심리지수를 끌어올린 것도 미래 생활형편과 가계수입에 대한 기대였다. 생활형편전망과 가계수입전망은 지수 상승에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기여했지만 현재생활형편과 현재경기판단은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를 끌어내렸다.
현재 체감경기가 좋아졌다기보다 앞으로의 생활형편과 가계수입에 대한 기대가 조금 나아지며 소비심리를 떠받친 셈이다.
다만 생활형편전망 CSI는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소비지출전망 CSI(110)와 향후경기전망 CSI(92), 취업기회전망 CSI(89)도 전월과 같은 수치를 기록해 소비심리 개선이 소비지출 전망의 개선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계의 재정 여건도 소비 회복의 기반이 아직 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가계저축 CSI(97)와 가계저축전망 CSI(100)는 각각 1포인트 하락한 반면 현재가계부채 CSI(100)와 가계부채전망 CSI(98)는 각각 1포인트 상승했다. 현재가계부채 CSI 상승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별도 조사 항목인 주택가격전망 CSI는 127로 한 달 만에 7포인트 뛰었다. 금리수준전망 CSI(126)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가계부채 인식도 악화한 가운데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만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체감물가는 소비심리와 소비지출 사이의 간극을 좁힐 핵심 변수로 꼽힌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소비자심리지수 구성지수의 기여도. <한국은행>
석유류 가격에 대한 우려가 낮아진 것과 달리 먹거리와 공공요금에 대한 물가 불안은 커졌다. 향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 석유류제품(57.5%)을 꼽은 응답은 한 달 전보다 20.0%포인트 감소한 반면 농축수산물(34.1%)과 공공요금(33.6%)을 지목한 응답은 각각 5.5%포인트, 4.0%포인트 증가했다.
정부는 이란전쟁 이후 물가 상승을 주도한 석유류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3월부터 6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7%포인트 낮췄다.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이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실제 2.8%보다 높은 3.5%에 이르렀을 것으란 말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25일부터 적용한 8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동결하고, 유류세 인하 조치도 9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순방 중인 브라질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가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최대한 유지하고 상황이 악화하면 추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석유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 체감물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신선란 2억3천만 개 수입과 고등어 직수입,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등을 통해 먹거리 가격 안정에도 나섰다. 하지만 7월 중순 계란 소매가격이 지난해보다 6.7% 높고 수입산 고등어 가격도 28% 넘게 오른 데다 폭염과 폭우 등 여름철 기상 여건도 먹거리 물가의 변수로 남아 있다.
정부는 1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두 달 만에 2%대로 낮아지도록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의 0.2포인트 상승은 내수 회복이 본격화했다는 신호라기보다 소비자들의 미래 기대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앞으로 먹거리와 공공요금 부담이 낮아지고 현재생활형편과 소비지출전망이 함께 개선되는지가 소비심리 회복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