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6-16 16: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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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에 착수하면서 재계와 노동계 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업 등 생산성과 지불 여력이 낮은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업종을 고착화하는 차별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에 착수하면서 취약 업종 부담 완화와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맨 왼쪽부터),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해외 주요국도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차등 적용 찬성 논리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제도 운영 방식은 한국에서 논의되는 ‘하향식 차등 적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임위는 16일 오후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할지에 관한 논의에 돌입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4일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 여력 차이가 커진 만큼 내년도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2845만 원으로 제조업의 17.1%, 금융·보험업의 16.2% 수준에 그쳤다. 숙박·음식점업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87.1%로 전 산업 평균인 62.2%를 크게 웃돌았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도 숙박·음식점업은 31.6%로 전 산업 평균 12.4%의 약 2.5배에 달했다.
경영계는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업종별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현장의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업종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요구안에서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을 ‘업종별 차별 적용’으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심의 조항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사실상 임금 동결이나 인하로 이어져 저임금 업종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올해도 업종별 구분 적용을 내세워 사실상의 임금 동결과 차별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독소조항으로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해외 사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엇갈린다.
경영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상당수가 업종·연령·지역별 차등 적용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총은 최근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이 업종, 연령, 지역, 숙련도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스위스는 농업과 화훼업 분야에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OECD 10개국은 특정 연령층에 대해 일반 노동자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한국의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6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독일·호주·일본 등 주요 국가의 업종별 최저임금은 일반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며, 상당수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정한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을 때만 우선 적용된다. 호주 역시 산별 협약에 따른 업종별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운영된다. 일본도 산업별 최저임금이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효력이 인정된다.
최근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 정책 방향도 지역 사이 임금 격차를 확대하기보다 축소하는 데 맞춰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차등 적용 논쟁과 대비된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 격차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인력난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의 인상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1988년 한시적으로 차등 적용이 도입됐으나 노동계 반발 등으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최임위에서도 경영계는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노동계는 올해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신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일자리안정자금 재도입, 각종 수수료 부담 완화, 하도급법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 등 구조적 지원책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임위는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먼저 정리한 뒤 노사의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천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이며, 경영계는 동결 또는 낮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논의는 취약 업종의 경영 부담을 최저임금 인하를 통해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제도 지원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를 둘러싼 정책 선택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올해도 최임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노사의 관심은 곧바로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협상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