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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종전에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 유지 전망, 화석연료 공급망 향한 불안감 여전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6-16 12: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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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종전에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 유지 전망, 화석연료 공급망 향한 불안감 여전
▲ 8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안쪽 오만 인근 해역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이란 전쟁이 사실상 끝나게 됐다.

100일 넘게 진행된 이번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화석연료 공급이 줄자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더 속도를 냈다.

종전과 함께 해협이 개방되지만 화석연료 의존 체제의 위험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종전 이후에도 높아진 전환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종전에도 화석연료 공급망 회복 더딜 전망

1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합의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석유를 가득 실은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안전이 철저하게 지켜지며 오염되지 않은 남부 항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흔들렸던 글로벌 화석연료 공급망이 종전과 함께 정상화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 해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려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전쟁 이전 수준의 물동량의 30~50%까지 통행량이 회복되려면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라시아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들에 실린 석유, 가스, 비료 등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점은 오는 9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랫동안 해협 안쪽에 묶여 있었던 만큼 선박들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종전 양해각서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통행료 부과 문제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다시 차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 화석연료 공급망 향한 불신은 여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서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석유 시장이 전쟁 전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쟁 여파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가동이 중단됐던 각국의 정유 및 보관 설비들이 정비 비용 문제로 빠르게 복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석유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컨설팅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키온 수석 경제학자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갑자기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전에도 화석연료 공급망을 향한 높아진 불신 탓에 가속도가 붙은 에너지 전환이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미국 이란 종전에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 유지 전망, 화석연료 공급망 향한 불안감 여전
▲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위치한 원유 저장 설비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 전환, 전쟁 전보다 빨라질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올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가 올해 6월 발간한 ‘2025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액은 2조2천억 달러(약 3330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화석연료 관련 투자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IEA는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에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기후단체 '350.org'도 15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세계는 이미 화석연료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정책 전문가들도 이란 전쟁이 세계 각국들이 화석연료 의존체제로 돌아갈 여지를 없애버렸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이처럼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다”며 “세계 각국은 이제 경제, 안보 이유 때문에라도 에너지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이란 전쟁 종전 이후에도 이어나갈 포괄적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계획 ‘엑셀러레이트EU’를 지난 4월 내놨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경제, 경쟁력, 안보 측면에서 필수적 과제”라며 “중동 분쟁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그 속도를 상당히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같은 국제 기조에 맞춰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석 에너지 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최근 열린 이란 전쟁 관련 토론회에서 “유가 폭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해법은 에너지 전환을 통해 결국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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