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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쟁력포럼⑤] EU·일본 모델 섞은 한국형 전환금융, 금융위 790조 기후금융 시대 연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6-06-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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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집약적인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계에 거대한 생존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명확한 `녹색 대전환(K-GX)`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제조업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25일 ‘전환 없이 수출 없다, 대전환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찾다’라는 슬로건 아래 2026 기후경쟁력포럼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포럼을 앞두고 모두 5회에 걸쳐 우리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줄 `탄소중립산업법`과 철강·시멘트 등 난감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의 역할, 제조업들이 녹색전환으로 가는 과정에 투자자 판단을 돕는 기본 규칙이 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현 주소와 과제를 조명한다.
 
[기후경쟁력포럼⑤] EU·일본 모델 섞은 한국형 전환금융, 금융위 790조 기후금융 시대 연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26년 2월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를 이끌기 위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를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분야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과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올해 2월 생산적금융 대전환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한국형 녹색전환(K-GX)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녹색전환을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국정과제로 규정하면서 한국의 전환금융 정책 추진에도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금융위를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 당국은 기업의 녹색전환을 금융시장이 뒷받침하는 기후금융 공급 계획의 ‘컨트롤타워’로 구체적 가이드라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790조 기후금융으로 녹색전환 지원, 전환금융이 새 축으로

금융위가 지난 2월 내놓은 '대한민국의 녹색 대전환(K-GX)을 견인하는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기후금융 공급 확대다.

우리나라 정부가 세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즉 2035년까지 국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420조 원'에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790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 자금의 절반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투입해 지역 산업과 기업들의 녹색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한국형 전환금융'이다.

전환금융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발전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뜻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차처럼 이미 친환경 성격을 지닌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녹색금융과 구분된다.

녹색금융은 앞서 2021년 수립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통해 이미 금융권의 녹색채권 등 자금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라면 전환금융은 올해 2월 정책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형 전환금융은 유럽연합(EU)이 채택하고 있는 ‘택소노미’ 기준과 일본의 기업 녹색 전환전략을 중심에 둔 전환금융 정책 구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큰 틀을 짰다.

기업의 투자와 사업이 K-택소노미 기준에 부합하거나 또는 정부가 제시한 업종별 감축경로에 맞는 전환계획을 갖추면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실제 투자 판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전환금융 모범규준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기후금융 웹 포털과 금융배출량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사들이 기업의 공정과 기술, 프로젝트가 녹색금융 또는 전환금융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처럼 고탄소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에서는 전환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바라본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을 단기간에 폐기할 수 없는 만큼 이들 산업의 설비 효율화와 연료 전환, 공정 혁신을 지원하는 전환금융이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올해 초 기후금융 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연하면서도 신뢰성 있는 전환금융 운영을 위해 유럽연합(EU)와 일본 등 주요국의 체계를 전략적으로 융합하되 한국 현황에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전환금융을 기후금융의 새로운 축으로 도입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입체적 지원체계를 완성해가겠다”고 말했다.

◆ 유럽연합은 엄격한 택소노미, 일본은 전환전략 중심, 한국형 모델의 성공조건은

한국형 전환금융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제도를 결합한 형태로 평가된다.

유럽연합은 친환경 경제활동 여부를 판단하는 녹색분류체계인 택소노미를 중심으로 지속가능금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후경쟁력포럼⑤] EU·일본 모델 섞은 한국형 전환금융, 금융위 790조 기후금융 시대 연다
▲ 녹색전환연구소가 2026년 4월 발간한 이슈 보고서 ‘한국 전환금융, 녹색으로 향하는가’의 국가별 전환금융 모델 이미지 갈무리. <녹색전환연구소>
경제활동별 탄소배출 기준과 기술적 심사 기준을 사전에 정해놓고 이를 충족해야만 녹색 또는 전환금융 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이른바 'DNSH(Do No Significant Harm)' 원칙도 적용한다.

기업의 전환 전략이나 의지보다는 실제 사업 활동이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중시하는 '활동 중심 모델'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일본은 유럽연합과 같은 택소노미 체계는 없다. 대신 녹색전환(GX, Green Transformation) 전략 평가를 바탕으로 전환금융 제도를 설계했다.

일본 정부는 철강·전력·화학·자동차 등 고탄소 산업별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이에 맞는 전환전략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감축목표와 이행계획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정책 쪽으로 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녹색전환 투자에 앞으로 10년 동안 민관 합작으로 150조 엔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20조 엔 규모의 ‘GX 경제전환채권’을 발행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GX 경제전환채권은 외부 검토기관의 인증을 받아 국제 기준 부합 여부를 검증받는 기후전환채권 등을 포함한다.

한국은 이 두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에 맞는 전환금융 제도 도입을 본격화하는 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전환금융이 어떻게 하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국가의 녹색전환을 이끌 토양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도 아직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전환금융 제도의 성공 여부는 자금 공급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명확한 기준과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바라본다.

비영리연구단체인 녹색전환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환금융의 진입 기준과 외부 검증, 공시, 미이행 대응 체계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으면 ‘그린워싱’이나 형식적 제도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거나 환경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데도 친환경 사업이나 녹색 투자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형 전환금융의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별 탄소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실제로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목표 설정과 이행 점검이 전환금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이를 위해서는 측정·보고·검증(MRV) 체계가 엄밀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790조 원 규모의 기후금융이 실제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목표와 성과를 검증하고 미이행에 따른 평가와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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