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집약적인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계에 거대한 생존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명확한 `녹색 대전환(K-GX)`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엄중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제조업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25일 ‘전환 없이 수출 없다, 대전환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찾다’라는 슬로건 아래 2026 기후경쟁력포럼을 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포럼을 앞두고 모두 5회에 걸쳐 우리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줄 `탄소중립산업법`과 철강·시멘트 등 난감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의 역할, 제조업들이 녹색전환으로 가는 과정에 투자자 판단을 돕는 기본 규칙이 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현 주소와 과제를 조명한다. |
| ▲ 탄소중립산업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세제혜택·정책금융·규제특례 등을 통해 철강·석유화학·반도체·CCUS 등 국내 제조업의 탈탄소 전환과 저탄소 산업 육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 생성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탄소중립산업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국내 제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규제 중심으로 추진돼 온 탄소중립정책이 투자와 산업 육성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10일 산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25일 대표발의한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기업의 탈탄소 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탄소중립산업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저탄소 산업 육성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산업법안이 수소환원제철과 친환경 플라스틱,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탈탄소 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정책금융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태양광과 전선 등 친환경 제조업 공급망 육성뿐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지원책을 폭넓게 포함한다.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에 따른 대표적 수혜 산업으로는 철강이 꼽힌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로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석탄을 활용하는 기존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제철 기술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약 4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산업법이 시행되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 구축과 기술 개발에 정부의 보조금과 융자 지원이 가능해진다. 또 이와 관련한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근거도 마련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해야 했던 탈탄소 전환 비용이 일부 완화되면서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대규모 저탄소 투자 프로젝트 추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탄소차액계약제도(CCfD)가 도입되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대규모 탈탄소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이 저탄소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정부와 일정 수준의 탄소가격을 사전에 약정하고, 실제 배출권 시장가격이 이를 밑돌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탄소가격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 기업의 투자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보조금과 세제 지원, 탄소차액계약제도가 함께 마련될 경우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따른 재무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철강 같은 경우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낙인이 찍혀 있어 저탄소 철강 제품에 대한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령 제정으로 세제 지원이 있으면 성공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순환경제 소재 등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가 탄소중립산업법 시행을 계기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산업법은 저탄소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정 및 설비 도입·개선, 원료·소재·부품 구매 등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며, 관련 기술의 사업화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국가와 공공기관이 저탄소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한 조항도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산업도 탄소중립산업법으로 저탄소 생산체계 구축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막대한 전력 사용과 복잡한 공급망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글로벌 거래사들의 탄소배출 감축 요구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탄소중립산업법은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와 저탄소 공정 구축, 친환경 소재 개발, 공급망 탄소관리 등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했으며,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체계 구축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 역량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제정되지 않은 법안인 만큼 실제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적극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관련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돼 기업들의 탄소 감축 노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발의한 탄소중립산업법안이 시행되면 국내 제조업의 탈탄소 전환이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 지원 아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산업도 탄소중립산업법의 주요 수혜 분야로 거론된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중립 기술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을 직접 추진하거나 지원할 수 있으며, 기술 거래와 이전, 상용화 연구개발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가 전략성이 인정되는 사업은 사업 추진 절차의 우선 처리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라 대규모 CCUS 프로젝트의 사업화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법안은 직접 보조금과 정책금융 지원, 세액공제 및 조세 감면,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 규제 개선·규제특례 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어 기업들의 탈탄소 투자와 신기술 상용화를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혜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서에서 “탄소중립산업과 온실가스 배출기업의 탈탄소 전환 조치에 대해 그간의 통상적 법적·제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재정·금융·세제 지원과 혁신적인 규제개선 등의 정책 수단을 조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국제사회에 천명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국민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