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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④] '생산적 금융' 저자 김용기 "부동산 담보에 갇힌 한국 금융, 싱가포르처럼 '성장 사다리' 만들어야"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6-06-05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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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을 꼽으라면 단연 ‘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 자금이 이자장사에 그치기 쉬운 부동산 등 담보대출에 머물지 않고 첨단전략산업, 벤처창업시장, 녹색금융, 지방금융 등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금융대전환을 말한다. 싱가포르는 아세안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선진국으로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국가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싱가포르의 금융이 발휘하고 있는 경쟁력을 직접 느껴보고 K생산적금융이 나아야 할 방향을 직접 모색해보고자 한다.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①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의 힘, 생산적 금융 생태계의 길을 보다
② 이자장사 넘어 기업금융으로, 국내 은행들 싱가포르서 '글로벌 IB 영토확장' 기틀 다진다
③ 국내 금투사 싱가포르 이유있는 집결, "대체투자 강국에서 기회 찾는다"
④ [인터뷰] ‘생산적 금융’ 저자 김용기 “부동산 담보에 갇힌 한국 금융, 싱가포르처럼 '성장 사다리' 만들어야”
⑤ [인터뷰] 서강대 교수 김종호 "싱가포르 금융 경쟁력, 정부 주도 과감한 개방에서 나왔다”

 
[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④] '생산적 금융' 저자 김용기 "부동산 담보에 갇힌 한국 금융, 싱가포르처럼 '성장 사다리' 만들어야"
▲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가 5월 말 서울 한 카페에서 비즈니스포스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기업대출을 조금 늘리는 것이 아니다. 돈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는 최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생산적 금융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우면서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생산적 금융이다. 

하지만 생산적 금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하면 생산적 금융인 것일까?

김용기 대표는 생산적 금융은 기업대출 확대나 정책자금 공급과 같은 정책 구호가 아닌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생산적 금융은 ‘좋은 취지의 금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기업, 새로운 지역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자금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돈이 어디로 가야 한국 경제의 미래 생산능력이 커지는가를 금융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융이 기술혁신과 산업전환, 지역과 중소기업의 성장, 창업을 뒷받침하면 경제의 미래 기반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초기에 30억 원을 투자해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며 “어느 단계에서는 벤처투자가 필요하고, 어느 단계에서는 스케일업 자금과 정부 보증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금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이 전략산업으로 힘을 싣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로봇, 에너지전환산업을 봐도 모두 장기 자금투자와 위험 분담이 필요하다. 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자금조달 구조가 취약하면 더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결국 생산적 금융의 역할은 ‘성장의 사다리’가 되는 것”이라며 “담보대출 중심 금융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부동산 대출처럼 당장 자산의 가치 평가가 쉽고 담보를 설정할 수 있는, 그래서 돈을 잘 회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이 생산과 투자, 고용, 혁신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순환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자산순환 자체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자산순환이 지나치게 커지면 금융이 경제의 미래를 여는 역할을 하기보다 이미 가격이 형성된 자산시장 안에서 반복적으로 순환하기만 하는 경향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구조의 진짜 문제는 제도에 있다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한국의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하고 수익성 있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을 하려면 부동산·담보 중심 금융이 지나치게 유리해지는 구조를 완화하고 산업·혁신·지역·전환 금융을 공급할 때 금융회사도 합리적 위험조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산적 금융의 사례로 싱가포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생산적금융을 묻다 프롤로그④] '생산적 금융' 저자 김용기 "부동산 담보에 갇힌 한국 금융, 싱가포르처럼 '성장 사다리' 만들어야"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25년 12월22일 제3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산업을 지정하고 심사해 일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민간 투자자와 위험을 분담하면서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금융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리스크가 크고 장기 자금이 필요한 혁신산업과 스타트업, 딥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의 강점은 ‘돈 많은 정부’가 아니다”며 “초기 투자와 성장 투자, 벤처 부채, 금융혁신 보조금, 펀드 제도, 인재 양성, 글로벌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한국이 싱가포르에서 배워야 할 점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라 창업과 투자, 성장, 해외 진출, 회수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 설계”라며 “한국의 생산적 금융도 바로 이 지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생산적 금융이 단순히 산업 육성 정책이 아니라 고용과 지역 발전, 포용까지 연결된다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모든 나라는 결국 생산과 분배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의 성과가 고용과 소득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와 투자로 연결돼야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생산적 금융의 최종 목표는 한국 경제의 자금 배분 구조를 바꿔 산업 경쟁력과 지역 균형, 혁신, 포용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은 하나의 정책 구호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을 바꾸는 금융개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런던정경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을 지냈고 아주대학교 경영학과·국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등을 지낸 금융정책 전문가다. 현재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등이 있고 2025년 10월 금융의 자금 배분 구조를 부동산·자산시장 중심에서 산업혁신과 지역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생산적 금융’을 출간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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