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합병가액 기준 '공정가액'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 국회 통과 앞둬, 일반주주 보호는 논의 중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5-13 15:03:4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 방식으로 바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장치는 외부평가 의무화와 손해배상 책임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회의. <연합뉴스>
13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야는 상장사 합병 가액 산정 기준을 시장가격 중심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하는 공정가액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정무위는 14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 소위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병합 심사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강일 의원안은 △합병가액·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반영 △경영권 이전 때 의무공개매수 도입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때 기존 주주에게 30% 이상 우선 배정 등을 뼈대로 한다.
김현정 의원안은 △합병가액·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반영 △계열사 간 합병 때 이해관계 공시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불공정 합병가액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도입 등을 담고 있다.
현행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방식은 이사회 결의일 또는 합병계약일 전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 평균종가, 최근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기준시가를 활용한다. 이를 테면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은 존속회사와 소멸회사의 1주당 합병가액을 각각 산정한 뒤 이를 나눠 정한다. 소멸회사 주주는 해당 비율에 따라 기존 주식 대신 존속회사 주식을 배정받는다. 이에 따라 한쪽 회사 가치가 과소평가되면 해당 회사 주주가 합병 뒤 적은 지분을 배정받게 돼 일반주주 권익 침해 논란이 반복돼 왔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논란이 꼽힌다. 당시 시장에서는 성장성과 자산가치에 비해 합병비율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산그룹은 2024년 7월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넘기고, 이후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은 1 대 0.63으로 정해졌다. 두산밥캣은 2023년 매출 9조8천억 원, 영업이익 1조3900억 원을 낸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해 매출 530억 원에 그치고 흑자를 내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가 11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간 합병에서는 특정 회사 주주에게 유리한 비율을 만들 유인이 존재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 주가 기준 방식에서는 이사회 결의 시점의 주가가 합병가액에 직접 반영되는 만큼 주가가 낮게 형성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하면 해당 회사 주주가 합병회사 지분을 적게 배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상장 후 6개월 간 거래량 가중 평균가격이 14만3371원, 삼성물산은 5만8731원이었다”며 “합병 시점에 제일모직 주가는 과거 6개월 평균보다 14% 고평가됐고 삼성물산은 5.8%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비상장회사에 적용하는 순자산 방식으로 가액을 산정하면 합병비율은 정반대인 1대2.15가 되는 만큼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사진의 배임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계열사 간 합병에서는 호재·악재 공시 시점이나 실적 반영 여부, 사업재편 구조 등에 따라 한쪽 회사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상태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될 수 있고, 이 경우 일반주주가 합병 뒤 지분을 덜 배정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무위 소위에서는 합병가액 산정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하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 주주 보호 장치를 놓고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장사 합병 때 외부 전문평가기관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 불공정 합병가액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 회사와 찬성한 이사·감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방안,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수주주 과반이 합병에 찬성하면 합병비율을 공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 등은 이번 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부문에 대해 정무위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