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미시간주 마샬 지역에 포드가 중국 CATL 배터리 라인선스를 받아 건설하는 공장의 2025년경 모습. <포드>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주요 완성차기업 포드가 중국 배터리업체 CATL 기술에 기반한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서 본격 가동하고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 사업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K배터리 3사의 현지 사업 확장에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SK온과 구축했던 합작법인을 청산한 뒤 CATL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런 두 사나라 사이에 협력 구조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배터리 산업 관련한 의제로 오를지도 관심을 모은다.
◆ 포드-CATL 라이선스 배터리 미국 생산 돌입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 건설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수개월 안으로 본격적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투자비 30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규모인 이 공장은 포드가 토지와 설비 모두를 직접 보유하고 CATL은 기술 라이선스와 직원 교육만 제공한다.
포드는 CATL의 배터리 기술을 접목한 3만 달러(약 4500만 원) 수준의 보급형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 중이다.
이에 더해 자회사 포드에너지까지 설립해 ESS 사업에 진출한다. 내년 말부터 ESS 제품 공급을 시작할 계획도 내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내 전력 인프라용 ESS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 경험이 없던 포드가 CATL 기술에 힘입어 해당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초 포드는 2021년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블루오벌SK는 전임 바이든 정부 92억 달러의 저리 대출까지 받으며 미국-한국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상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SK온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해당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3조7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손실로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기지 못하고 합작법인 청산 수순을 밟는 중인데 그 뒤 포드와 CATL의 공장 가동을 앞둔 모양새다.
|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설립에서 청산까지를 나타낸 그래프. < 이미지 챗GPT로 생성> |
◆ '포드-CATL' 협력 미중 정상회담 국면에 중국 배터리 미국 진출 청사진으로 부각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포드 사례가 향후 미국 제조기업이 중국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산업 모델의 청사진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정치권 등에서 우려하는 중국 자본 직접투자는 막으면서도 기술은 활용하는 우회형 협력 모델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포드와 CATL의 협력 모델을 언급하며 “중국 기술력을 활용하면서 미국 일자리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고 평가했다.
오는 14일과 15일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이 언급될지도 이목을 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 설비를 증설할 때 노후 전력망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ESS 설비로 노후 전력망을 보완할 수 있지만 ESS용 배터리 제조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이다 보니 이를 해결할 열쇠로 중국 기술을 들여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올해 1월13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경제클럽에 참석해 “미국인 고용은 훌륭한 일”이라며 “중국이 들어오도록 허용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포드-CATL 협력이 더 많은 협력을 위한 청사진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 ▲ 블루오벌SK 직원들이 2025년 9월10일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에서 깃발 게양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블루오벌SK > |
◆ K배터리 미국 ESS 사업 확장에 불확실성 커져
포드가 전기차뿐 아니라 CATL 기술에 기반한 ESS용 배터리 사업까지 나서면서 K배터리 현지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미국 ESS 시장 진출을 늘리려 해 중국과 경쟁이 불 붙을 수 있다.
CATL은 가격 경쟁력이 앞서는 LFP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SS 배터리 설치량 가운데 LFP 배터리 비중은 90%에 달한다.
K배터리 3사 또한 ESS용 LFP 배터리 생산과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5곳의 ESS 생산망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업체에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 전문기업에 2조 원대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온 또한 지난해 9월 미국 에너지 업체인 플랫아이언에 6.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여러 고객사와 논의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포드가 세계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위 기업인 CATL 기술을 등에 업고 미국 ESS 시장에 나서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결국 중국 배터리 기술이 미국에 진입하도록 포드와 CATL 공장이 물꼬를 트면서 ESS 시장에서 활로를 찾던 K배터리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전기차용과 ESS용 배터리를 모두 제조하는 포드 미시간 공장은 CATL이 미국 시장에서 폭넓은 잠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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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에너지저장장치(ESS) : 배터리를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속성을 지니는데 전기가 많이 생산될 때 ESS에 보관하면 데이터센터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인프라의 전력 기반을 안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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