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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영원무역 계열사 공정위 신고 '절묘한 타이밍', 성래은 '꼼수승계' 또 도마 위에

조수연 기자 ssue@businesspost.co.kr 2026-02-24 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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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성기학 회장의 모습. <노스페이스>
[비즈니스포스트] 성기학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이 계열사 현황을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제를 회피한 배경에 둘째 딸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향한 지분 승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성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영원무역그룹은 계열사를 제외한 채 자산 규모를 축소 신고해 2021~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 회장은 해당 기간 규제 사각지대에서 감시가 소홀하다는 점을 이용해 그룹의 경영권을 성 부회장에게 넘길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업계 동향을 종합해보면 영원무역그룹 오너일가가 '꼼수승계' 논란의 중심에 또 다시 섰다.

공정위는 성기학 회장이 제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자료에서 계열사 다수가 누락된 것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 5조 원을 넘는 그룹을 이른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해 발표한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공정거래법상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공시와 각종 신고의무가 부여되고 계열사 사이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부당지원 등 여러 부문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은 적어도 2021년부터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됐어야 했으나 2023년까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 회장이 3년 동안 소속 회사 82곳을 누락해 자산총액이 기준보다 낮게 잡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성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고발한 것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이후 두 번째다. 

성 회장이 3년 동안 누락한 회사들의 자산 합계는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성 회장은 각각 2021년 69곳, 2022년 74곳, 2023년 60곳의 회사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적발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 누락이 최장 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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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스캇노스아시아 등 아래 계열사'로 이어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영원무역 신관 전경.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누락한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본인뿐 아니라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계열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쯤은 창업주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를 모르고 누락했다는 점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계는 성 회장이 차녀 성래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규제'라는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산을 축소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면서 총수일가의 내부거래와 지분 이전 과정이 외부 감시 체계에 놓이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흔히 '옥상옥' 구조로 불린다. 겉으로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상장 지주회사로 있지만 그 위에 오너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 'YMSA'가 얹혀 있다. 

그룹의 출자구조는 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스캇노스아시아 등으로 이어진다. 

YMSA는 공식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 29.0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주사 꼭대기에 위치한 만큼 그룹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성 회장은 2023년 3월 성래은 부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하던 YMSA 지분 50.01%를 증여했다. 당시 증여세는 850억 원가량으로 추정됐다.

다만 증여 직전 그룹이 배당 기준을 변경해 배당 규모를 축소했고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성 부회장이 증여세 부담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두 달 평균 가격을 평가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YMSA가 보유하던 건물을 영원무역에 매각해 확보한 자금이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 지원 논란도 뒤따랐다.

논란이 일자 당시 YMSA가 비상장 법인인만큼 주주나 자산 변동 내역을 공개·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영원무역그룹이 2023년 당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었다면 YMSA 지분 증여 과정과 자금 흐름,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 등이 공시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거래라는 점에서 면밀한 공정성 검증 대상이라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이 누락한 회사에는 그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솜톰·푸드웰 외에도 두 딸이 소유한 래이앤코·이케이텍·피오컨텐츠 등이 포함됐다. 남동생과 조카 등 친인척이 보유한 회사들 역시 제출 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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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래은 영원무역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5년 4월 본인이 소유한 비상장사 '래리앤코'의 지분 30%를 딸 구서진씨에 증여했다. 사진은 성 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특히 업계는 그동안 성래은 부회상 소유의 비상장사 '래이앤코'에 주목해왔다. 래이앤코는 2017년 설립된 광고대행 및 전시·행사 대행업체다.

지난해 4월 성 부회장은 래이앤코의 지분 30%를 딸 구서진씨에게 증여했다. 이어 9월 구씨가 두 차례에 걸쳐 영원무역홀딩스 주식을 장내 매수하면서 특수관계인 명단에 오르자 그룹이 3세 승계 기반을 닦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성 회장에서 성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2세 승계 과정에서 비상장사 YMSA를 지배 고리로 활용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3세 승계 역시 비상장사 래이앤코를 통해 장기적 지분 이전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무역그룹의 계열사 누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앞으로는 총수일가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더욱 촘촘한 감시망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영원무역그룹은 2024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물론 총수 일가의 지분 변동도 공시 대상이 된다. 래이앤코 지분 증여 역시 외부에 공개되는 구조다. 여기에 이번 공정위 적발까지 겹치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감독과 시장의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영원무역그룹은 창업 이래 43년째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룹의 주축인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파타고니아·룰루레몬 등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크테릭스'를 수주하며 고부가 아웃도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적 흐름도 안정적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24년까지 3년 연속 매출 4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그룹의 '꼼수경영'과 그로 인한 신뢰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그룹 측은 실무 착오로 발생한 일일 뿐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지 직후 자진신고 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영원무역그룹과 성 회장의 두 딸이 소유한 주력 계열사 사이에 거래관계가 존재했던 만큼 성 회장이 이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 편의를 위해 운영된 제도를 악용한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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