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장한 종근당 회장(사진)이 강조한 신약개발사 도약이 올해 성과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10년 넘게 공들여온 신약개발 전략을 올해부터 가시적 성과로 수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재창업하는 마음가짐으로 ‘신약개발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임상 진전과 기술수출 성과로 이런 의지를 증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종근당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체질을 전환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변곡점의 선봉에 서 있는 신약 후보물질은 2023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히스톤아세틸화효소(HDAC) 저해제 CKD-510이다.
스위스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2025년 4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CKD-510은 ‘PKN605’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2상 프로그램 물질로 제시됐다.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의 공식 기업설명 자료에 임상 파이프라인(후보물질)으로 명시됐다는 점에서 개발 지속성과 상업화 의지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KD-510 기술수출 계약은 종근당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최대 1조7300억 원 규모로 국내 제약사의 기술수출 사례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노바티스가 지난해 5월 임상을 개시하면서 일부 마일스톤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노바티스의 주요 보고서에서 관련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자 ‘핵심 자산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실적자료에 임상 2상 단계 물질로 명시되면서 CKD-510의 위상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임상 진전에 따라 추가 마일스톤 유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임상 2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종근당으로서는 신약개발사로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를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장한 회장으로서도 10년이 넘는 투자 뚝심 끝에 성과를 본격적으로 거두게 되는 셈이다.
신약개발사로 전환은 임상 단계에서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수출은 출발점에 불과하고 실제 매출로 이어질 제품을 만들어내야 ‘신약개발사 전환’이라는 선언이 완성된다고 제약업계는 평가한다.
이 회장이 신약개발을 ‘제2의 창업’으로 규정한 것은 2014년 지주사 체제 출범과 함께다. 그는 당시 혁신신약 개발과 해외 개척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017년에는 기존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신약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종근당은 매출 대비 10%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투입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해왔다.
종근당이 쓴 연구개발비를 보면 2021년 1635억 원, 2022년에 1814억 원, 2023년에 1513억 원, 2024년 1574억 원 등이다. 2023년부터 연구개발 비용이 소폭 감소했지만 2024년 영업이익이 2023년보다 60%가량 감소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1천억 원이 넘는 연구개발에 돈을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2023년 노바티스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은 그동안 기울여온 투자의 성과를 외부에서 처음으로 인정받았다는 사례로 꼽힌다.
▲ 종근당(사진)이 올해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의 임상 지역을 확대하며 신약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신약개발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강조하며 연구개발 중심 전략을 재확인했다.
최근에는 경기 시흥 배곶 바이오단지에 약 2조 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중장기 신약개발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자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의 미국 임상 진입과 바이오시밀러 본임상 추진 등도 올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는 이 회장이 강조한 차세대 모달리티(의약품 도달경로) 의약품으로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종근당은 ADC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종근당홀딩스 자회사인 경보제약은 ADC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경보제약은 ADC 공장 건설을 위해 기존 855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지만 2일 해당 투자 규모를 96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ADC 생산시설(CDMO)은 기술적 난이도와 규제 부담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급 기업이 제한적인 분야로 여겨진다.
종근당도 ADC 약물 관련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 10일 ADC 기반 항암 신약 후보물질 'CKD-703'에 대한 제1/2a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구체적으론 진행성 c-MET 발현 고형암과 MET 증폭 및 c-MET 과발현 비소세포폐암에서 CKD-703 의 안전성, 유효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는 최초 사람 대상, 다기관, 공개 임상 등으로 구성된다.
CKD-703은 종근당이 독자 개발한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 타겟의 단일클론항체에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약물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은 임상2상을 시작했으며 기존 치료제의 독성 우려와 리듬조절 효과의 한계로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높다”며 “노바티스가 심혈관 질환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크 후속 임상 결과에 따라 신약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