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부 체계 보완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에서 자사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가 승인받자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2024년 6월 이후 끊긴 코스피 이전상장의 공백을 알테오젠이 메울지 주목된다.
29일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코스피 이전상장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키트루다 큐렉소(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며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기업 신뢰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8월 말 박 대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겠다”면서도 “내부 체계 보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20일 미국에서 키트루다 큐렉소 승인을 받자 상장 첫 단계인 주관사 선정을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알테오젠의 실적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를 불확실성으로 남겨두지 않고 매듭지은 뒤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HLB도 2023년 미국에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 허가를 신청한 뒤 2023년 말 임시주총에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가결하며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했는데, FDA 허가가 불발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2월 코스피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철회하면서 “경영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예비심사를 재신청하겠다”고 설명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이달 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이전상장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엘앤에프, 포스코DX, 파라다이스 등이 코스피로 이전했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없었던 만큼, 신중하게 타이밍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 알테오젠은 미국 허가와, 이를 전제로 한 실질적 성과를 확정하면서 시장의 우려 요인을 해소했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큐렉소의 미국 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의 우려 요인을 해소했다.
이번 승인으로 3분기 수백억 원 규모의 단계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인식될 것으로 전망되며, 첫 판매 마일스톤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키트루다SC(피하주사) 매출에 힘입어 알테오젠이 2026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932억 원, 영업이익 4450억 원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의 최대 효과는 기업가치 재평가다.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대규모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 코스피는 코스닥보다 지수 변동성이 낮아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미 시가총액 기준으로 알테오젠은 코스닥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알테오젠은 29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24조 9147억 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에코프로비엠(11조 2863억 원)과 10조 원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앞으로 수천억 원대의 꾸준한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코스닥이 아니라 코스피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코스피 이전상장의 다음 단계는 이사회 결의와 임시주주총회 의결이다.
일반적으로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전상장 안건이 통과된 뒤 코스피에서 거래되기까지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알테오젠의 계획대로 연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다면 2026년 1분기 안에 코스피 이전상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파라다이스는 2024년 3월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상장 안건을 가결한 뒤 4월 코스피 이전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고 6월24일에 코스피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엘앤에프는 2023년 10월 25일 임시주총에서 안건을 가결한 뒤 다음 날 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2024년 1월29일 코스피에 상장됐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