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2016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서 교섭대표의 변경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3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상급노동단체인 금속노조를 임단협 교섭대표로 지정해 협상에 나서려고 했으나 회사가 교섭대표 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이날 열리기로 했던 본교섭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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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
임단협 본교섭이 아예 열리지도 못한 것은 지난해 5월 노사의 상견례 이후 처음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속노조 위원장의 위임을 받은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현대중공업 임단협 교섭의 대표로 나섰으나 회사가 교섭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아 협상이 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미 12일경에 회사에 공문을 보내 23일부터 금속노조가 임단협의 교섭대표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금속노조 조직형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교섭참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말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아직 노조의 형태를 지부와 지회 가운데 하나로 확정하지 못했다.
지부는 통상 지역단위로 설립된 뒤 아래에 개별기업 지회를 두게 되는데 사업장이 큰 기업노조의 경우 지부라는 이름을 달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모두 금속노조 산하 지부로 편성돼있다.
금속노조는 한시적으로 현대중공업 노조에 현대중공업지부라는 이름을 쓸 것을 통보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부와 지회라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가 교섭을 거부한 것은 단지 협상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노조는 이미 노동조합관계법에 따라 금속노조로 전환했고 금속노조는 하나의 단일노조로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부와 지회 등의 조직형태는 금속노조 내부규정일뿐 회사가 이것을 문제삼아 교섭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임단협 교섭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20일 회사 소식지를 통해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권단이 요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노조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보내온 임단협 제시안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올해 매달 기본급의 20%를 반납해야 한다”며 “근속년수가 30년인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200만 원인데 이 가운데 40만 원을 반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4일 열리는 실무자 교섭을 통해 임단협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 교섭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25일 본교섭에서 다시 교섭대표 변경문제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