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5-09-23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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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오전 ‘2025 국회입법박람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국회 잔디 광장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회가 시민의 삶의 동반자이자 보호자임을 천명하면서 처음으로 개최한 '입법박람회' 현장은 '12·3 내란'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잔치가 되고 있었다. 국회 문턱을 낮춰 시민들이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길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23일에서 24일까지 이틀간 국회 중앙잔디광장을 비롯한 국회 경내에서 ‘2025 국회 입법박람회’를 개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3일 입법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국민이 내 손으로 대표자를 뽑아서 국회를 구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국회의 입법과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 이번 입법박람회의 취지"라며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우 의장의 제안으로 처음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기후위기 극복 △지방소멸 대응 △민생경제 활성화 등을 3대 의제로 삼았다.
입법박람회는 '박람회'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106개의 '입법 부스'가 준비돼 있었다. 부스는 정당,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의원연구단체, 공공기관, 협회, 학회, 시민단체 등 국회 입법에서 각각 제 몫을 하고 있는 주체들이 마련했다.
각 부스는 박람회의 3대 의제에 대한 입법·정책 사례와 아이디어를 앞다퉈 홍보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주로 사은품·경품이나 음식을 나눠주는 부스에 몰렸다.
게임을 진행하는 한 부스를 찾은 충주미덕중학교 학생들은 평일에도 입법박람회를 찾은 이유를 묻자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현장체험학습을 내고 30명쯤 같이 이곳으로 왔다"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기자가 학생들을 따라 처음 방문한 곳은 '대전광역시' 부스였다.
대전광역시 부스에서는 대전시와 관련된 몇 가지 미션을 해결하면 룰렛을 돌려 경품을 제공했다. 대전시 마스코트인 '꿈돌이', '꿈순이' 관련 경품은 귀여운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대전시 부스 관계자는 "대전의 연구 인프라와 충남의 산업입지를 합쳐 경제과학수도로서 '대전충남특별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지역의 바람도 역시 입법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각 정당이 마련한 부스는 사은품·경품이나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했다.
다만 진보당 부스에서는 시민 참여 활동을 제공했다. 평소 관심사를 묻는 질문들에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면 그에 어울리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를테면 '기후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으면 그에 맞춰 진보당이 추진 중인 입법·정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진보당 관계자는 "에너지, 버스 공공 교통, 은행 이런 것들이 지금 다 민간 중심으로만 굴러가고 있는데 이것을 공영화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도 적합하게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정책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그런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무경 경기도당 평택갑 당협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3일 '2025 국회입법박람회'의 '(사)한국여성의정' 부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사)한국여성의정' 부스에는 역시 여성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한쪽에선 중년 여성들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부스 안에서는 한무경 전 국민의힘 의원(경기도당 평택갑 당협위원장)이 오손도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국회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이 20%로 고착된 것은 오래됐다"며 "이것을 30%까지는 끌어올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50%는 돼야지, 남녀 반반이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직접 입법 제안을 받는 '국민입법제안소'에 들렀다.
박람회 기간 국회에서는 국민 누구나 입법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는 국민입법제안소가 상시 운영된다. 접수된 국민 제안은 내용별로 분류한 후 소관 상임위원회 및 국회의원 등에 송부해 법률안 입안 및 심사 등 국회 입법 활동에 활용된다.
발길은 생물다양성에 있어 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야생 벌집 만들기’ 부스, 해양 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손으로 주물러 비누를 만들었던 '해양환경공단' 부스, 교육·노동·산업안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룰렛을 돌려 '고드래곤' 부채를 받았던 '고용노동부 부스'로 이어졌다.
▲ 한 시간 가량 '2025 국회입법박람회'에 참여하며 받은 사은품·경품과 안내 책자. <비즈니스포스트>
이렇게 부스를 돌아다니다보니 한 시간도 안돼 양손은 사은품·경품으로 가득 찼다. 일정의 끝자락에 찾은 부스에서 에코백마저 받아 선물 '한아름'이 완성됐다.
박람회장 그늘에서 한낮의 더위를 식히며 만난 한 시민은 12·3 비상계엄 때와 달라진 국회 풍경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풍경을 다시 못 볼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며 "그때로부터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