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머노이드' 매출 380조 청사진, 이재용 반도체 이후 먹거리 '로봇'에 걸었다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9-23 1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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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2050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38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이란 월가의 전망이 나왔다. 삼성그룹은 로봇과 관련한 여러 계열사를 보유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용 회장은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50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380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가전 등에서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꼽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봇의 부품,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2050년 4조7천억 달러(약 65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상당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간스탠리 측은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만으로 2050년 1660억 달러에서 최대 5060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 기회가 있다”이라며 “평균으로 삼성전자는 약 2710억 달러(약 378조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78조 원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인 301조 원보다 25% 더 큰 규모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올린 111조 원과 비교해서는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포함된 하드웨어와 사후 서비스 등 부가수익을 제외한 추정치다. 삼성은 로봇에 사용될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삼성SDI의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등을 생산하고 있어, 그룹 전체 수익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AI가 물리적 세계에 적용된 ‘피지컬AI’가 떠오르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어, 미래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화웨이는 HBM을 비롯해 서버용 DDR5, 저전력 LPDDR5 등에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한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8월에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이노X 랩’을 신설했으며, 지난해 말엔 최고경영자(CEO)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만들었다.
삼성그룹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가정용 AI 기업 ‘인튜이션 로보틱스’에 두 번에 걸쳐 투자를 진행했고, 로봇 알고리즘 특화 기업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로봇의 두뇌를 개발하는 ‘스킬드AI’에 1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로봇에 사용되는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한 계열사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얼굴에 사용될 올레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로봇과 사용자 간 상호작용의 핵심인 디스플레이 역량을 보유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로봇의 눈이 될 카메라모듈을 북미 빅테크 기업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레인보우로보틱스와는 공정 자동화에 활용될 로봇팔을 제작하는 ‘A8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한정된 전력으로 움직여야 하는 로봇에 필수인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은 모터와 전자장치, 배선 등 구조적으로 제한된 공간에 배터리를 설치해야 하는데, 작은 크기로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진 전고체 배터리는 이에 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간스탠리 측은 삼성전자가 2050년 상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5%,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홍보용 사진. <테슬라>
이는 삼성전자 DX부문이 추진하고 있는 ‘AI 홈’ 역량과 연관돼 있다. 스마트폰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생활공간의 모든 제품을 연결하고 있다.
이는 로봇 개발에 나서는 테슬라, 구글, 메타 등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전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가정용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자체 데이터를 오랜 기간 쌓아둔 셈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간스탠리 측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가 2040년 8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며, 357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노동자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에는 상업용 휴머노이드 1억8600만 대, 가정용 휴머노이드 1560만 대로 총 2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고소득 국가의 휴머노이드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20만 달러 수준에서 2040년 5만 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 혜택을 받고 물가가 낮은 국가의 경우 휴머노이드 가격이 5만 달러에서 1만5천 달러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