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4-02 14: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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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산업이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지분 매각에 시동을 걸자 업계의 시선이 ‘누가 사느냐’보다 ‘얼마나 나눠주느냐’에 쏠리고 있다. 인수 주체가 누구든 배당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애경산업 인수 후보로는 국내 중견 사모펀드(PEF)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이 실제로 인수에 나설 경우 배당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전제로 움직이는 만큼 인수 이후 배당주기를 짧게 가져가고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아서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지분 63% 전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되면 수천억 원대 현금이 유입돼 항공·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재무 부담 완화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다. 현재 실사를 포함한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가 성사될 경우 애경산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너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애경산업이 사모펀드에게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이 대폭 축소됐으나 배당 확대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배당 방침을 고수한 점은 사모펀드 입장에선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사모펀드는 통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정기적인 자금 회수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애경산업의 배당 정책 변화는 인수 매력을 끌어올리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보통 사모펀드는 인수 후 5∼7년 안에 엑시트(자금 회수)를 목표로 삼는다. 이로 인해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배당 중심의 구조 설계가 쉬워진다. 애경산업은 부채비율이 20%대에 불과한데다 수백억 원대의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전략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지분 매각 그 자체보다 매각 이후 불어올 변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배당 확대 가능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기존 중간배당을 분기배당으로 전환했다. 연 2회였던 배당이 최대 연 4회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3월, 6월, 9월 말일을 기준으로 분기배당이 가능해졌다. 배당주기를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 애경산업이 미국 아마존 등에 입점을 진행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아마존에 입점한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 <애경산업>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두고 배당 정책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경산업의 분기배당 전환은 일종의 ‘사전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분기배당을 발판 삼아 향후 배당 횟수는 물론 규모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애경산업은 2027년까지 배당성향을 기존 30%에서 35%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배당성향 34.3%를 기록하며 이미 상향 기조에 접어든 모습이 포착된다.
실적 역시 애경산업의 배당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대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불릴 만큼 매년 꾸준한 수익을 내며 안정적인 체질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 부진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꾸준히 내며 현금이 끊이지 않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2024년 애경산업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6791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4% 줄었다. 높은 중국 의존도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23년까지의 실적 흐름은 견조했다. 애경산업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689억 원, 영업이익 619억 원으로 2022년보다 각각 9.6%, 58.7% 증가했다. 일회성 악재를 제외하면 안정적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 확대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시장 다각화에 속도를 내며 일본과 미국 등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올해 순이익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연스럽게 배당 규모 추가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은 올해 진출 지역과 브랜드를 다변화하며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일본 시장에서는 유통채널과 브랜드, 품목 수를 늘리고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채널과 브랜드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애경산업 주가는 2일 오후 2시 기준 전일 대비 13% 상승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전날보다 8.28% 높은 1만5700원에서 출발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편,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와 ‘2080’, ‘케라시스’ 등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 생활뷰티기업이다. 탄탄한 내수 기반과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