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수도 베른에 위치한 스위스 의회 의사당. 스위스 국민은 최근 자국 녹색당이 발의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국민투표에서 반대했다.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스위스 정당이 발의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스위스 녹색당이 발의한 ‘환경 책임성 이니셔티브’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반대 70%, 찬성 30%로 부결됐다고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이 보도했다.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 국가로 주요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국민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환경 책임성 이니셔티브는 2035년까지 스위스 국내 각종 소비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18년과 비교해 10% 수준까지 감축하는 것을 명시한 법안으로 녹색당 청년부에서 발의했다.
블룸버그는 스위스 내에서 녹색당 청년부는 과격한 법안을 여럿 발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 책임성 이니셔티브 외에도 보유재산이 5천만 스위스 프랑(약 800억 원)이 넘는 사람에겐 일괄적으로 상속세를 물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스위스는 유럽 내에서 부자들에 물리는 세금이 가장 낮은 국가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낮은 재산세와 상속세 등 때문에 세계 500대 부자 가운데 22명이 스위스에 거주 신고를 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 앞서 진행된 사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 국민 가운데 대다수는 경기 위축과 법안 집행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과대할 것을 우려해 환경 책임성 이니텨시브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스테판 레게 스위스 장크트갈렌 대학교 교수는 “이번 법안은 부결되긴 했으나 이를 두고 스위스 사회에서 내부적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며 “스위스 사회에서 특정 정치 집단이 극단적 의제를 법안으로 발의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실패했더라도 그들의 아젠다가 무엇인지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