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최상목 쪽지'를 작성했다는 증언을 이끌어 내는 등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진면목을 전 국민 앞에 드러냄으로써 탄핵 여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최상목 쪽지'를 자신이 작성했으며,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실무자를 시켜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넸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민주당사나 여론조사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것도 자신이며 윤 대통령은 이를 중지시켰다는 등 모든 책임을 떠안으려는 듯한 증언을 이어갔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일 헌재 3차 변론에서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소위 ‘최상목 쪽지’를 두고 “쪽지를 준 적도 없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장관의 증언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거의 유일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재 출석을 이유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를 피하는 '부수입'도 챙겼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이날 증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어 보인다. 다른 관련자들이 모두 이들 두 사람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국회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자세하고 분명하게 알렸다.
윤 대통령은 21일 “정치인의 체포나 구금을 지시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홍 전 1차장은 바로 다음날 열린 국회 내란 청문회에서 “계엄 당일 10시53분 정도에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 방첩사를 적극 지원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대통령과 전화가 끝나자마자 11시6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정치인 체포 명단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이 과정에서 안규백 국조특위 위원장을 향해 "예를 들어 위원장님이 가족과 저녁에 함께 있는데 갑자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 수갑을 채워서 벙커에 갖다넣었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런 일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곳이 평양이고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 북한 보위부"라고 말했다.
국정원 블랙요원 출신의 고위인사가 내놓은 명쾌한 지적이라 큰 화제가 됐다.
더구나 국회 증언 등을 통해 군인들의 국회 침탈 상황을 증언한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월4일에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헌재 증인석에 선다. 2월6일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출석한다. 모두 국회 증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던 인물들이다.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또한 재판 이외에 지지층 결집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도 헌재 주변에는 강성지지층이 결집했다.
하지만 강성지지층이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및 파괴로 폭력성을 날것으로 드러내면서 중도층의 차가운 눈길이 받고 있다. 지지층 결집에 한계가 생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헌재 출석을 통해 신비주의 전략을 스스로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과격한 발언은 변호인과 국민의힘 의원들을 통해 내놓으면서 본인은 한걸음 물러서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전 국민 앞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군병력 투입을 둘러싼 '궤변'을 늘어놓음에 따라 스스로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바이든 날리면' 논쟁처럼 끌고 가려 하겠지만 사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
김용남 전 개혁신당 의원은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홍장원 전 차장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증인 대다수가 윤석열과 말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