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윤석열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 증인 심문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비상입법기구 문서’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두 사람 가운데 거짓말쟁이를 가려내는 일이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 출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3일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헌법재판소는 김 전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이 담긴 문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문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입법기구 문서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건네줬다는 문서다. 국회로 들어가는 자금을 끊고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예산을 편성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다. 비상입법기구의 창설은 헌법기관인 국회를 폐쇄하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계엄에 ‘내란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주요 증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쪽지와 관련해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사전에 이 문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21일 헌재 변론에서 증언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20일 이 문건을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려고 작성했고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 문건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고 검토와 승인까지 마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 문건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검토 및 승인까지 마쳤다면 법율적, 정치적 책임은 윤 대통령이 지게 된다. 윤 대통령에게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 문건의 실제 작성자가 김 전 장관이라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책임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을 사전에 검토한 적도 없고, 존재 자체도 몰랐다는 뜻이다. 김 전 장관의 “문건을 작성해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 다수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문건의 존재를 몰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바라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문건의 존재를 부정한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의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질문에 “(문건을) 내가 작성한 것인지 김 전 장관이 작성한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문건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마저도 21일 연합뉴스TV 뉴스에 출연해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이 대답한 내용은 문건이 전달된 사실은 인정을 한 것”이라며 “하지만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 답변한 내용은 문건에 대해서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인데 하루나 이틀 단위로 주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증언이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을 내놓았다.
만약 윤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전 장관이 문건을 작성한 뒤 윤 대통령을 거치지 않고 바로 최 권한대행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13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대통령이 ‘참고하라’고 말한 뒤 옆에 누군가가 쪽지를 줬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맞다면 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명확히 거짓 증언을 한 게 된다.
결국 거짓말장이를 가리는 1차 고비는 23일 헌법재판소 심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헌재 증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물론 김 전 장관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모두 며칠만에 말을 바꾸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국민이나 재판부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여당 일각과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증언을 두고 “처음엔 가물가물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며 “법적 방어보다는 정치적 방어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방송에서 “제가 듣기에 (윤 대통령의 말은) 상당부분 거짓말로 들려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다”며 “당리당략이나 이념을 초월해서 공인이라면 말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