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핵심 계열사 은행의 여성 부행장을 늘렸다.
은행 부행장은 행장, 계열사 대표이사(CEO) 등의 후보군이 될 수 있는 실질적 차기 리더군이다. KB금융이 양종희 회장 시대 양성평등에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KB국민은행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부행장 수를 늘렸다.
6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2025년도 임원 변화를 살펴보면 전체 부행장 63명 가운데 여성 부행장은 6명으로 10%가 되지 않는다.
은행권이 지난해 연말 1970~1980년대생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지만 여성 임원 배출에서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 조직문화가 여전히 나타난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신한은행(1명)과 우리은행(2명)은 여성 부행장 수가 2024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하나은행은 여성 부행장이 없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연말 인사에서 여성 임원 2명을 더 부행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여성 부행장을 총 3명으로 늘렸다.
3명도 절대적 수치로 보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 부행장을 24명에서 18명으로 줄이면서 여성 부행장 비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부행장은 은행 운영 전략과 경영관리 각 분야를 총괄하는 고위급 임원으로 행장을 바라볼 수 있는 차기 리더군이다. 은행원 가운데 0.1%가량의 비율로 통상 ‘은행원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부행장은 지주의 핵심 요직과 그룹사 대표이사(CEO)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 부행장이 늘린 것은 고위급 여성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은행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여성 임원 수를 늘린 것과 비교하면 양성평등 부분에서 확실한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에 유임된 곽산업 KB국민은행 부행장은 1968년생이다. 남해여고,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B국민은행 미래채널그룹(스마트채널지원유닛) 조사역, 개인마케팅개인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2023년 부행장으로 승진해 디지털사업그룹을 맡았다. 곽 부행장은 올해부터는 개인고객그룹을 담당한다.
2024년 연말 인사에서 새롭게 KB국민은행 부행장단에 합류한 이수진 부행장과 박선현 부행장은 각각 준법감시인, 강북지역영업그룹을 맡는다.
이수진 부행장은 1969년생으로 배화여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국민은행 부점장에 올랐고 역삼중앙 지점장, SME마케팅기획유닛장 등을 지냈다. 2022년 기업상품부 부장을 거쳐 기관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박선현 부행장은 1970년생으로 KB국민은행에서 33년을 일했다. 박 부행장은 거창여고, 효성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은행에 입행해 중앙6지역본부장, 중앙지역그룹대표 등을 역임했다.
KB국민은행은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2024년 3월 멘티대표인 오진숙 KB손해보험 단장(왼쪽), 멘토대표인 이재옥 KB증권 전무와 '2024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KB금융지주 >
KB국민은행은 현재 사외이사 5명 가운데 2명이 여성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사외이사진 6명 가운데 여성 이사가 1명이고 우리은행은 전체 5명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가 1명이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권선주 사외이사를 지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면서 첫 여성 의장도 탄생했다. 권선주 이사는 여성 최초로 국내 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권 사외이사는 2020년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양 회장 취임 뒤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고 올해는 은행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면서 양성평등에 긍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여성인재 및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WE(Womans Empowerment) STA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주 ESG위원회에서 양성평등과 다양한 계층 포용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2027년까지 여성 인재 역량을 강화해 여성 임직원과 관리자 비율을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테면 KB국민은행은 개인고객,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 등에 편중된 여성 직무 다양화를 위해 기업금융 담당 팀장 30% 이상, 팀원 50% 이상 의무화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양종희 회장은 앞서 2024년 3월 국민은행 여성 부점장 100여 명이 참여한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에서 “기업이 혁신하고 발전하는 데 여성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룹의 다양한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감하는 리더’로 KB금융그룹 발전에 주체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KB금융을 포함 국내 금융권은 여성 임원 수 등 양성평등 부분에서 갈 길이 아직 멀다. 4대 은행은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부행장과 상무급에서 여성 임원 수가 KB국민은행(4명) 신한은행(1명) 하나은행(0명) 우리은행(3명) 등 8명 수준이다.
4대 금융 계열사의 여성 대표이사(CEO)는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각 1명씩 3명이다. 4대 금융 계열사가 53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에 그치는 숫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은 핵심 부서에 여성 인재를 적극 배치해 업무 역량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KB WE를 비롯해 워크샵 등 추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면서 편견 없는 인재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