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이 석유화학 업황 부진 여파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가운데 2차전지·아라미드 등 신소재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표 대표가 신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 흔들리고 있는 애경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표경원 애경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이 올해 아라미드·2차전지 신소재 등 신사업에 본격 나서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 AK홀딩스 > |
7일 애경케미칼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올해 신사업인 테레프탈로일클로라이드, 음극재용 하드카본의 생산설비 구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회사는 967억 원을 투입, 울산 공장에 아라미드 섬유의 원료 테레프탈로일클로라이드(TPC) 생산설비를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2026년부터 연간 1만5천 톤 양산능력을 바탕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HS효성첨단소재 등 아라미드 섬유 제조사 등에 TPC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철보다 가볍지만 인장 강도는 6배, 탄성율은 4배 높은 소재다. 높은 내열성, 특수한 전기·화학적 성질 등을 지녀 자동차, 우주·항공, 통신케이블, 방탄복 등의 분야에 두루 쓰인다.
또 회사는 2차전지 음극재용 소재 하드카본 양산설비를 수 년 내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나트륨이온전지(SIB)용 하드카본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어 표 대표는 대표 직속으로 하드카본 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하면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 대표는 신사업 본격화하면서 회사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7년 연결기준 자기자본수익률 목표로 8.0% 이상을 설정한 것도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2021년 애경그룹 화학 3사(애경유화·애경케이켐텍·애경화학) 통합으로 출범한 애경케미칼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최근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출범 당시 2030년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3천억 원을 목표로 수립했다. 다만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찍은 뒤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2024년에는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가소제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고, 바이오연료 국제시세 하락으로 바이오&에너지 부문도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으로 이익이 크게 줄었다.
회사는 2024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1조2832억 원, 누적 영업이익은 177억 원을 냈다. 2023년 3분기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51.8% 각각 감소했다.
최근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 유통사업 악화 등 애경그룹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그룹의 캐시카우 계열사였던 애경케미칼의 실적 반등이 절실해졌다.
애경케미칼은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에 배당과 각종 수수료로 2022년 215억 원, 2023년 209억 원을 지급하는 등 그간 효자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하락으로 AK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과 각종 수수료는 101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AK홀딩스는 백화점 사업을 하는 계열사 AK플라자가 5년 연속 순손실을 내면서, AK플라자에 대한 자금 대여와 유상증자 참여 등에 현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2022년에는 제주항공에 2670억 원을 출자해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그룹의 맏형 격인 계열사 제주항공은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202억 원을 거두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여객기 사고로 상당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는 코로나19가 퍼진 2020~2022년 제주항공에 대한 2670억 원 출자와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AK플라자에 대한 현금 지원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그룹 사옥 전경. < AK홀딩스 > |
또 AK홀딩스는 보유한 애경케미칼 지분 60.8% 중 일부를 담보로 걸고 500억 원을 대출 받았다. 애경케미칼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거나 담보를 추가 설정해야 하는 만큼, 표 대표 어깨가 무거워진 셈이다.
표 대표는 1971년 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배인앤컴퍼니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활동한 기업전략 전문가다.
그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인연으로 효성그룹에 2008년 합류한 뒤 전략본부 임원, 효성티앤에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애경그룹에는 2018년 합류해 애경유화 경영전략부문장, 애경화학 대표이사를 거쳐 2021년부터 애경케미칼을 이끌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