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계파 해소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원톱 경영’이 새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우리금융은 고질병으로 여겨진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동우회를 통합했다. 핵심 계열사 수장도 계파색이 옅은 인사로 채워져 임 회장 조직 장악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은 다만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 주요 보직을 맡은 만큼 커진 장악력으로 쇄신 성과를 내야 할 부담도 안게 됐다.
5일 금융권 의견을 종합하면 연말 인사를 통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3일 ‘계파갈등’ 해소를 내걸고 한일·상업은행 동우회를 통합하는 협약을 진행했다. 두 은행이 통합한지 26년 만의 일로 우리금융은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출범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둬 그동안 내부에 두 은행 출신 사이 고질적 계파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임 회장 스스로도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음지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의 조직 장악력은 그동안 우리금융을 사로잡은 계파 갈등이 해소되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이 20년도 전의 일인만큼 이제는 우리금융 조직 대부분이 통합 이후 입사 인재로 채워져 있지만 수뇌부에는 통합 이전 인사가 남아 있는 만큼 임 회장이 출신에 따른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계파색은 우리금융 핵심 계열사 세 곳 경영진에서도 옅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신임 우리카드 대표에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우리금융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진성원 대표가 올랐다. 그동안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이 맡던 흐름은 처음 깨졌다.
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는 기동호 우리은행 전 부행장이 앉았다. 기 대표는 한일·상업이 아닌 평화은행 출신으로 그동안 우리금융 내부 계파 문화에서는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장에는 한일은행 출신인 정진완 행장이 오르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는 흐름이 이어졌다.
정 행장은 다만 1995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통합을 경험해 계파 갈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정 행장 스스로도 이를 두고 “저는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입행한지 2년 반만에 합병해 (계파갈등과 관련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이 계파를 타파하면서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임 회장은 관료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영국 재경참사관으로 파견돼 일했다. 이때 연을 쌓은 인사로는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임 회장이 취임하며 우리금융으로 영입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이 꼽힌다.
임 회장은 또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 동문으로는
손태승 전 회장 시절부터 우리금융 곳간을 맡고 있는 지주 최장수 임원 이성욱 재무부문 최고책임자(CFO)와 올해 계열사 대표에 오른 김건호 신임 우리 F&I 사장 등이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작업을 맡고 있는 성대규 동양·ABL생명 인수단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임 회장의 관료 후배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한일·상업의 계파 구도가 또다른 계파인 임 회장 라인으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임 회장 조직 장악력이 계파 갈등 해소 목소리 아래 높아졌지만 실질적 쇄신으로 연결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특히 임 회장의 '원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우리은행장이 빠졌고 현재 지주 이사회 참여 사내이사는 임 회장뿐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는 부회장이나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등이 참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 회장은 새해 화두로 끈기를 제시하며 변화 의지를 다진 만큼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년사에서 “이대로 멈춰 절벽 끝에 계속 서 있을 수는 없다”며 “기업문화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 없이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