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기금이 탈석탄 선언 이후 3년7개월 만에 석탄 관련 투자를 제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국내 환경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이번에 내놓은 전략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글로벌 기준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19일 국민연금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석탄 관련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안건이 2021년 5월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발표한 이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달라진 대내외 여건과 기금 수익성, 탈석탄 선언의 궁극적 목적이 탄소중립으로의 에너지 전환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전략에 따라 3년 동안 평균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기업과 대화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유도하게 된다. 대화 후에도 기업 에너지 전환 개선이 부족하다면 기금위 의결로 투자를 제한하게 된다.
다만 투자가 제한되더라도 해당 기업이 발행한 녹색금융상품에는 투자가 허용된다. 기금운용본부는 환경부의 녹색채권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같은 사업을 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을 예시로 들었다.
이번 석탄투자 제한전략은 2025년부터 해외자산에 먼저 적용되고 국내 자산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2030년부터 시행한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국민연금이 내놓은 이번 석탄투자 제한전략이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연금의 향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8월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영유아, 시민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승소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정부가 2030년 이후 감축목표에 관해 구체적이로 실효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석탄사업 매출 50% 기준, 국내 기업 적용 유예 조건 등은 2030 탈석탄 이행을 지연시키는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후대응 평가 협의체 CDP의 한국위원회를 맡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도 별도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위가 의결한 석탄투자 제한전략이 글로벌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석탄 기업 판별 정량적 기준으로 설정한 3개년 석탄 배출 비중 50%는 가장 게으르고 안일한 수치"라며 "국민연금 기금위에 올라간 석탄 관련 용역 최종보고서에서는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ABP, AP, GPFG 등 주요 연기금과 블랙록, 알리안츠, UBS 등 글로벌 금융기관은 모두 20% 혹은 30% 이상을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량 기준을 50%로 설정함에 따라 투자가 제한되는 금액 규모도 2023년 기준으로 석탄 투자 34조 원 가운데 2조3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후위기 심화, 좌초자산 우려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정량 기준을 언제든지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자산포트폴리오를 넷제로(탄소중립)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자산 포트폴리오의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한 후 관여 활동, 화석연료 투자 제한 및 비중 조정,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배출량을 감축해나가 2040년에는 포트폴리오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