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구형 DDR4 D램 대량 생산을 넘어 첨단 DDR5 D램 양산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범용 D램인 DDR4를 대량 생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첨단 DDR5 D램까지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아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CXMT(창신메모리)의 빠른 기술 추격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1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CXMT가 DDR5 D램 양산에 돌입했다.
DDR5는 이전 범용 DDR4와 다르게 인공지능(AI) 서버와 PC 등에 활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대부분을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빠른 기술 추격으로 DDR5 양산에 돌입하면서 세 기업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DDR4의 대량 생산에 돌입하면서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반도체 전문 매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0월보다 20.59% 하락한 1.35달러로 집계됐다.
IT기기 수요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중국산 저가 D램 확산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D램 제조사의 생산능력 확대가 D램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2025년 상반기 더 큰 폭으로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은 여전히 높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DDR5 등 D램이 더 높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은 15%대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30% 대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HBM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존 범용 D램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중국이 DDR5 양산에 돌입하며 평균판매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 반도체 기업 매출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5년 시장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31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낮췄다. 고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수요 부진 속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에 따른 부정적 가격 형성 심리, 낸드를 중심으로 특히 가파른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5조6천억 원에서 16조7천억 원으로 34.7% 낮췄다. 김 연구원은 “내년 수요에 변화가 없다면 D램은 3분기, 낸드플래시는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CXMT 공식 홈페이지에는 DDR5의 양산에 성공했다는 발표는 올라오지 않았다. 중국 관영 언론 역시 첨단 D램 출시와 관련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화된 대중 반도체 규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발표 시점을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CXMT의 DDR5 성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DDR4 대량 생산부터 DDR5 양산까지 중국의 추격 속도를 감안했을 때 D램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