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와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실적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여겨진다.
4대 금융은 경기침체 우려에 자금공급원으로서 금융사의 ‘역할론’이 강조되는 가운데 이자장사 비판에 따른 상생금융 압박을 받고 있는 터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다.
▲ 4대 금융이 올해 호실적 전망에도 상생금융과 고환율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
19일 금융당국이 은행권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루기로 한 것과 관련해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시중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는 글로벌 기준에 따라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갖추도록 하는 건전성 규제 조치다.
금융지주·은행은 연말부터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2.5%포인트까지 추가 자본을 확보해야 했지만 최소 6개월 이상 연기된 것이다.
4대 금융은 통상 13%대에서 보통주자본비율을 관리한다. 이들이 보통주자본비율 0.10%포인트 등락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규제를 크게 풀고 시장 유동성 공급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시장은 약 2년 동안 높게 유지된 기준금리 여파가 남은 가운데 탄핵정국과 미국 대통령 교체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연기 등으로 은행 건전성 부담을 덜고 기업금융 확대를 지원하겠다”며 “시중은행은 내년 업무계획을 실물경제 안정 역할과 함께 가계에서 기업으로, 부채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침체 우려 속 금융사의 역할론 강조가 지난해처럼 ‘상생금융’ 압박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만 고금리 흐름 속 ‘이자장사’로 배를 불렸다고 지적했고 은행권은 결국 연말 2조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놨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침체 우려 속 금융사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금리 기조 속 은행만 돈을 번다는 지적도 지난해와 판박이였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압박이 거센 만큼 은행권이 지난해를 넘어서는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4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고 지원방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상생금융이 또 다시 현실화한다면 4대 금융은 순이익 악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각 은행은 순이익 규모에 따라 상생금융 지원 규모를 정했고 주요 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4대 금융은 이에 따른 비용 수천억 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4대 금융은 상생금융에 더해 최근 높게 유지된 환율도 부담으로 안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표시자산 등의 평가액이 올라가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 이는 주주환원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15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사태 이후 1400원대로 단숨에 올라섰는데 이날 매파적 태도를 보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더해져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대 금융은 결국 역대 최대 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날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은 올해 연결기준(지배주주) 순이익으로 16조708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11.93% 늘어나는 것으로 역대 최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두고는 비상경영 회의를 이어가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상생금융 방안은 규모가 나와야 알겠지만 확정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순이익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