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2023년 11월29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위치한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씨에스윈드> |
[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입관세 부과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3년 전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개인 지분율 하락까지 감수하며 미국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최근 미국에서 풍력타워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 앞으로 미국 풍력기자재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 전망이 나옴에 따라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풍력타워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씨에스윈드의 4분기 수주공시를 보면, 전체 7건의 계약이 모두 미국에서 납품하는 건이다. 이 가운데 4건이 미국 법인 FCA CSW 아메리카가 생산하는 제품을 공급한다.
미국 법인이 생산을 맡은 계약 4건의 수주액을 합하면 2억2812만 달러(약 3312억 원)다. 이는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전체 수주액 1억2500만 달러보다 82.5% 많은 수치다.
증권가는 가파르게 성장 중인 회사의 미국 사업이 향후 실적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내 육상 풍력발전 설치량은 2025년 약 8GW에서 2026년 이후로는 연간 10GW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내 풍력타워 생산능력이 부족해 풍력타워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회사는 이미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협의를 통해 미국 풍력타워 납품단가 인상에도 성공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풍력 관련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 등 부정적 대외변수가 대두되고 있지만, 김 회장이 3년 전 인수한 미국 공장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20년 11월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1년 6월, 덴마크 베스타스로부터 1억5천만 달러에 풍력타워 공장 인수를 결정했다.
회사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 4674억 원을 조달했다. 최대주주였던 김 회장도 사재 약 37억 원을 투입했는데, 증자 이후 개인 지분율은 기존 35.51%에서 29.05%로 낮아졌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풍력타워 공장은 인수 다음 해인 2022년 생산물량 확대로 따른 공정 상 병목현상이 발생했으나, 김 회장은 숙련인력 400명 충원과 공정 설비 교체 등으로 즉각 대응했다.
그의 빠른 대응과 풍력타워 단가 인상이 맞물려 미국 공장 생산능력은 증설 없이도 2022년 연간 5천억 원, 2023년 말 8천억 원, 2024년 1분기 들어서만 1조 원으로, 회사의 가장 큰 해외 생산거점이 됐다.
김 회장은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육상 풍력발전 시장에 맞춰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그는 지난해 3단계에 걸쳐 총 6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생산능력을 기존 1조 원에서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1단계 투자가 2025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다만 건설비 급등으로 투자규모를 기존 2억 달러에서 6600만 달러로 조정한 상태다.
▲ 김성권 씨엔스윈드 회장이 2021년 사재 투입과 개인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추진한 미국 공장 인수가 최근 잇단 수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씨에스윈드> |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회사의 미주 매출은 1조5554억 원으로, 2023년 연간 매출 7277억 원의 배를 이미 뛰어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이른다.
김 회장은 1954년 생으로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철구조물을 생산하는 중산정공(현 씨에스윈드)을 설립했다. 그는 2006년 풍력발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02년 풍력발전타워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