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이 HBM3E 반도체 공급을 엔비디아 이외 고객사로 확대하며 내년부터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이크론 HBM3E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엔비디아 이외 고객사에 HBM3E 규격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AMD와 인텔이 유력한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마이크론은 HBM 기술력을 앞세워 내년부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점유율을 대거 빼앗은 뒤 HBM4를 비롯한 차세대 규격 상용화도 앞서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18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 2025년 1분기(2024년 9~1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사업 현황과 미래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에 쓰이는 HBM3E 공급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메로트라 CEO는 “HBM3E 8단 제품은 엔비디아 B200 및 GB200 플랫폼을 위해 개발됐다”며 “12월부터 두 번째로 큰 HBM 고객사에 물량 공급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에서 8단 HBM3E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로트라 CEO는 내년 1분기에 3번째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를 놓고 인텔을 언급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메로트라 CEO는 차세대 규격인 12단 HBM3E 반도체도 고객사들에게 긍정적 초반 평가를 받고 있다며 출시 뒤 성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내년부터 주요 고객사 수요가 발생할 12단 HBM3E는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치열한 기술 개발 및 양산체계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자사 제품의 전력효율 등 성능이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고 강조하며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메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이 이미 내년까지 공급할 HBM 물량을 모두 따냈다며 차세대 HBM4 및 HBM4E 반도체에도 기술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일반 D램 점유율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이번 콘퍼런스콜에서 재확인했다.
올해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밀려 한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년에는 이를 2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두고 있는 셈이다.
▲ 마이크론 12단 HBM3E 기술 안내 이미지. |
메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이 내년 하반기부터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마이크론은 이미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HBM3E 규격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로 초반부터 자리잡아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장기간 엔비디아에 해당 제품의 품질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차세대 규격인 HBM4 및 HBM4E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도 이러한 기술 확보에 만만찮게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더욱 치열한 경쟁 환경을 예고하고 있다.
메로트라 CEO는 “HBM은 마이크론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제품 개발 로드맵으로 중장기 성장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 경쟁 심화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일반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수요와 공급 균형 여부에 따라 가격과 수익성이 큰 영향을 받는데 상위 3개 기업이 모두 HBM에 설비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모두 신규 생산 투자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과거와 같이 심각한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9~11월 매출 및 주당순이익은 모두 증권사 평균 예상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이는 한국 기업에도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8일 하루만에 4.33% 떨어져 마감한 뒤 장외시장에서 16.15%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