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연말 임원 인사가 남은 곳은 삼성과 SK 두 곳이다.
건설사에 한정해 보면 SK에코플랜트는 그룹 인사와 별개로 올해 상반기에 김형근 대표이사 사장으로 최고경영자를 교체했고 임원 인사도 10월에 단행했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사실상 삼성물산만이 올해 임원 인사를 남겨 두고 있는 셈이다.
오 사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건설사 불황에도 삼성물산 실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호실적을 이끌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 그룹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암묵적으로 만 60세 이상은 2선으로 물러나도록 하는 ‘60세 룰’이 이어져 왔지만 1962년생 오 사장은 극복했다.
3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 1위 등을 이끌면서 2023년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역대 최고 수준인 영업이익 1조340억 원을 거두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영업이익 6200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양호한 수치다. 다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한 2360억 원을 냈다.
삼성물산이 건설부문 등 부진으로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자 주식시장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삼성물산 주가는 10월 중 13만 원대 수준에서 오르내리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12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실적보다 심각한 문제로는 줄어든 수주 잔고가 꼽힌다.
삼성물산의 수주 잔고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23조5870억 원이다. 현대건설 86조5905억 원, 대우건설 44조7777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수주 잔고가 줄어든 데 따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사업 기조에 변화가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5년 동안 단 네 차례만 래미안 분양을 진행해 ‘아파트 사업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주택사업에 힘을 빼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과 17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전을 벌이는 등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기조 변화에 따라 올해 하반기 들어 한승규 상무, 박민용 상무 등 임원급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더해 삼성 그룹 전반에 쇄신 분위기는 점점 강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실망감에 주가가 14일 종가 기준으로 4년5개월 만에 최저치인 4만9900원으로 하락하자 10조 원 수준의 강도 높은 자사주 분할매입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 그룹은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임원 인사를 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시기를 당겨 11월27일에 사장단, 11월29일에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그룹이 올해도 11월 마지막 주 후반에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