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보험 계열사를 앞세워 경쟁적으로 요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니어 계층의 인구 수는 내년 1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요양산업이 개화기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이 선제적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이다.
▲ 하나생명이 최근 요양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우리금융을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가 모두 요양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
25일 하나생명에 따르면 하나생명 이사회는 21일 회의에서 요양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요양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나생명은 이사회에서 요양전문 자회사의 운영철학과 사업추진 우선순위, 사업 로드맵, 설립의 기대효과를 심의하고 자회사 설립을 가결했다.
하나생명은 그동안 하나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요양사업을 준비해 왔는데 요양전문 자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요양사업의 첫 발을 디딘 것이다.
요양전문 자회사는 새롭게 시작하는 요양사업을 전담하는 경영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높이면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요양전문 자회사 설립은 이번이 3번째다.
KB금융지주 산하 KB손해보험은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2016년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했고 올해 1월에는 신한금융지주 산하 신한라이프가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시켰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지주사와 달리 요양사업을 주도할 보험회사를 아직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은 관계로 요양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다른 금융지주사와 마찬가지로 요양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가 요양사업에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향후 시니어 계층이 주된 고객이 될 수밖에 없는 인구구조 변화가 꼽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2~2027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 계층은 2025년 1천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72년에는 시니어 계층의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727만 명(47.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계층이 늘어나는 수명에 발맞춰 금융상품을 통한 노후 대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금융지주사의 잠재적 고객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8일 발간한 ‘5060 시니어의 더 넥스트 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리스크 관리 차원의 고령자를 위한 금융상품의 현재 보유율은 낮으나 향후 가입 의향은 높은 편이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과감할 투자를 할 수 있고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금융지주의 강점으로 꼽힌다.
KB라이프생명은 현재 데이케어센터 2곳과 요양시설 2곳, 실버타운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시설 입주자들에게 KB손해보험에서 개발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인 ‘오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선진 요양서비스를 요양사업에 이식하기 위해 일본 솜포홀딩스와 2023년 협약을 맺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 요양사업은 전체 금융 그룹사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계열사 간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사진은 KB골든라이프케어의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 모습. |
KB금융지주와 솜포홀딩스와의 업무협약 이후 KB라이프생명과 히마와리생명은 보험시장 트렌드 및 신상품 정보, 시니어 타켓 특화 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와 솜포케어도 요양시설 운영과 인력 육성 등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2028년까지 요양시설 4곳과 실버타운 1곳을 확보해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금융과 문화예술, 레저스포츠, 의료·헬스케어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한금융지주도 그룹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한라이프의 요양사업을 뒷받침 해서 시니어 종합 라이프케어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요양사업이 전체 금융사의 포트폴리오로 보았을 때 나쁘지 않은 시장이다”며 “보험을 너머 은행과 카드, 증권, 산하 연구소에서도 신시장 개척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