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21일 ‘KOCAS 콘퍼런스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일부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대부업체가 됐다고 말한다. 적격비용 제도가 신용판매업체를 대부업체로 바꾸는 상당히 큰 변화를 가지고 왔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1일 은행회관에서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KOCAS 콘퍼런스 2024’에서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업계의 본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격비용은 카드사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반영해 3년마다 재산출된다.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는 적정 원가를 책정하면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이유를 그 바탕에 두고 있다.
다만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의 합리성은 그저 겉모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적격비용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일방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은 최소한 유지, 아니면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적격비용을 산출하는 항목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구성 항목 가운데 자금조달비용이 늘면 카드사들은 다른 항목인 일반관리비용이나 마케팅비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제도 도입 10년을 넘긴 가운데 이 같은 적격비용의 특성이 여실히 반영되면서 카드업계의 사업구조 자체를 바꿔둔 점에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적격비용 제도가 도입된 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내렸다. 수수료율 인하 횟수만 모두 14번이다.
그러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업에서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카드사들이 궁여지책으로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늘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4년 상반기 기준 영업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카드사에서 카드론 비중이 2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에 앞서 발제를 맡은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적격비용 제도가 불러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이 고위험 상품 취급을 늘리는 상황에 몰렸다고 바라봤다.
▲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1일 ‘KOCAS 콘퍼런스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
김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를 직접 따져보니 1.92%는 돼야 수익이 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현재 카드사들이 흑자를 내는 것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고위험 상품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판매업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몇 조 원 단위다”며 “최소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매출액 3억 원 이하 가맹점은 0.5%, 3~5억 원 가맹점은 1.1%, 5~10억 원 가맹점은 1.25% 10~30억 원 가맹점은 1.5% 등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전체 가맹점 가운데 96% 가량이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이 같은 적격비용 제도의 나비효과는 결국 정부와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으로 분석됐다.
카드사가 신용판매가 늘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에서는 카드 상품의 할인율 등을 낮추게 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드혜택이 줄면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면서 민간소비 부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 문제는 단순히 카드사가 돈을 번다, 안 번다만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며 “민간소비와 경제성장 견인 측면에서도 신용판매 확대를 위해 적격비용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년 이라는 재산정 주기에 따라 올해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가 발표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