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이 협의한 기후목표가 이미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세계 기후학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기후변화가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목표를 이미 지킬 수 없는 상황까지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참여국들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합의한 조약을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정기적으로 열린 기후총회에서 각국이 준수해야만 하는 목표로 제시됐으며 현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도 지켜야 하는 목표로 제시됐다.
이에 제케 하우스파더 버클리어스 연구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1.5도 목표는 이미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 대응이 너무 늦어 글로벌 기온상승이 1.5도를 넘는 것은 확정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 기후 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우스파더 연구원은 "올해는 별 이변 없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기온상승치가 1.5도를 넘어선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목표 붕괴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글로벌 기온상승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리려면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이에 세계 각국도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2030년 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 협의체 ‘글로벌 탄소 예산 프로젝트’ 발표에 따르면 오히려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0.8% 올라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피아 곤잘레스 주니카 기후단체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확실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빈 슈미트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은 “나는 한 번도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나는 이번 결과도 놀랍지 않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글로벌 기온상승이 향후 여러 해에 걸쳐 지속적으로 1.5도를 넘어 목표가 깨진 것이 확인되면 기후변화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티핑포인트란 변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되롤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지점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티핑포인트가 오면 폭염, 홍수, 태풍 등 기후 현상들이 한층 강해져 전보다 더 큰 재난이 일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라함 매지 영국 기상청 대변인은 “1.5도는 절벽 끝은 아니지만 기온이 계속 오르면서 티핑포인트의 효과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극단적 기후 영향들이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것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티핑포인트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재난이 정확히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