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예금보험한도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업계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는 정부 보장 예금 한도가 오르면 예금 확대와 별개로 업권 전반의 공신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저축은행업계가 예금보험 한도 상향에 긴장하고 있다.
다만 보장 한도 인상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입법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야가 전날 예금보험한도를 기존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는 예금자보호법을 이번 정기국회 우선 처리 대상으로 뜻을 모아 23년 만에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한도는 2001년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오른 뒤 그동안 변화가 없었다.
시장에서는 국가가 보호하는 예금 한도가 높아진 만큼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당장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오가는 ‘예테크족’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이 영향권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이 국회에 2022년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예금보험 한도 상향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이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예금보험한도 인상과 관련해 대규모 자금이동 가능성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저축은행 매력도는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하기를 맞아 더욱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수신상품 금리를 0.10~0.25%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은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내린 뒤 예금금리를 모두 인하했다.
이날 전국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은행권 최고금리는 3.60%(Sh수협은행·전북은행)으로 저축은행중앙회 공시 기준 저축은행 최고금리 3.80%보다 0.20%포인트 가량 낮다.
▲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0월24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보호한도 상승에 따라 금융사가 내야 하는 예금보험요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저축은행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 보장 한도가 오른 만큼 평소에 납부하는 보험료도 상승해 저축은행 대출 상품에 원가로 반영될 수 있는데 아직 한도 인상에 따른 업권별 예금보험요율 변경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예금보험은 평소 예금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고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예금보험공사가 쌓아둔 돈을 내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현재 예금보험료 상한선은 은행의 경우 예금의 0.08%, 저축은행은 0.4%, 금융투자·보험사는 0.15%로 책정돼 있다. 이 한도 안에서 예금보험공사가 개별 기업별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차등 보험료를 부과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을 일반 기업 상품에 대입해 보면 원칙상 보험료가 오르면 원가가 올라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이라며 “다만 예금보험한도 변화가 대출금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실제 금리가 오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예금보험료율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예금보험한도 인상은 업권 전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정책 변화”라면서도 “예금보험료는 대출상품 원가에 반영되는 만큼 예금보험공사에서 앞으로 어떤 수준으로 방안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단계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목돈을 맡기는 고객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금보험한도 인상은 긍정적이다”면서도 “다만 지금 요율이 그대로 적용될 때의 이야기이고 요율이 상향된다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예금보호한도가 은행권과 다르게 설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되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도 있어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올해 초 ‘2023년 변동 없는 예금자보호한도, 차등 상향 필요’ 보고서를 통해 “예금자 보호한도를 높이면 비은행예금기관으로 자금이동과 고위험 투자 확대 및 부실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은행 보호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의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예금보험공사는 한도 차등상향에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0월 국감에서 “(한도를 업권별로 다르게 하면) 소비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예금인 이상 보호한도는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