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과
박승오 하나캐피탈 사장은 재임 기간 나란히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는데 올해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실적 부담을 안게 됐다.
▲ (왼쪽부터)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
4일 4대 금융 실적발표자료를 종합보면 올해 4대 금융 캐피털사 실적 희비는 충당금에서 갈린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은 각각 순이익 1526억 원과 1212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과 비교해 신한캐피탈은 47.9%, 하나캐피탈은 36.6% 감소했다.
신한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의 실적 감소는 충당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신한캐피탈의 충당금전입액은 7.7%, 하나캐피탈은 42.1% 늘었다.
반면 순이익이 증가한 KB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은 모두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었다. KB캐피탈의 충당금전입액은 12.4%, 우리금융캐피탈은 40.1% 감소했다.
신한캐피탈이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한캐피탈의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전체 영업자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높은 비중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신한캐피탈이 공시한 부실채권 발생 내역은 모두 19건이다. 지난해 부실채권 공시 내역은 1건뿐이었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거래처별로 50억 원 이상 또는 전월 말 자기자본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부실채권이 신규로 발생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한다.
하나캐피탈은 할부채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장(CFO)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나캐피탈은 할부채권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해 충당금을 100% 적립했으며 부동산 PF 관련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충당금 부담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하나캐피탈은 10월22일 50억 원 규모 부실채권 발생 내역을 공시했다. 해당 부실채권의 충당금적립 시점은 9월30일로 3분기 실적에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캐피탈에서는 올해 2월 100억 원 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주 정보는 공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PF 관련 내역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충당금 영향에 꺾인 올해 실적이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박승오 하나캐피탈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나온다.
두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취임 첫 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공을 세우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앞서 연임에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초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 지주가 새 리더십을 실적 반등을 위한 카드로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안정을 추구했다. |
정 사장은 2021년 취임해 올해로 4년차, 박 사장은 2022년 취임해 3년차를 보내고 있다.
반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지난해와 같이 리더십에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계열사 대표 전원을 유임하면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를 들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소규모 핀셋 인사를 단행하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대됨에 따라 조직의 안정이 최우선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과 박 사장은 올해 12월31일 임기를 마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