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내년에도 1달러당 1400원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LPG를 수입하고 있는 SK가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SK가스의 경기 평택 가스기지 전경. < SK가스 > |
[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의 수익성 하락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PG의 안정적 수요처였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업황 악화로 LPG 구매를 줄이는 가운데 윤 사장이 추진한 신사업이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증권업계의 내년 환율 전망을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환율 고공행진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달러 강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국면 등이 꼽힌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289.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연중 1300원~1400원 사이를 오가다 10월을 기점으로 지속 상승해 지난 20일에는 장중 1달러당 1450원으로 선을 넘어서면서 15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환율이 고공행진함에 따라 국내 LPG 판매 사업을 하는 SK가스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PG 국내 판매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발표하는 국제 LPG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LPG 수입사들은 은행을 통해 외상으로 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차후 은행에 달러로 상환하는 ‘뱅커스 유산스(Banker’s Usance)’를 이용하고 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손이 크게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 SK가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각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때 회사 자본은 357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통화선도거래와 외화파생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통화선도 순매입금액은 14억7305만 달러이며, 3분기 말 기준으로 모두 6억3333만 달러 규모의 외환파생상품 계약들을 체결했다. 약정환율은 1달러당 1300.7~1384.1원에서 형성돼 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환율 위험 관련 헷지를 통해 일정 부분 환율 위험 방어가 가능하지만, 고환율 시기가 길어진다면 수입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회사는 구매한 LPG를 해외로 재판매하는 중계거래 사업의 비중을 늘리며 환율 상승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석유화학 업계 위기 속 석유화학용 LPG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까지 덮쳐 내년 실적 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효성화학, 태광산업, HD현대케미칼 등 고객사와 자회사 SK어드밴스드에 프로필렌의 원료로 프로판가스와 부탄 등을 납품해왔다.
프로필렌은 2024년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연산 800만 톤 규모의 생산설비 증설이 이뤄지며 공급 과잉이 심화했다.
2025년에는 증설량이 연산 400만 톤으로 다소 줄어들겠지만, 이미 완공된 설비의 가동률 상승을 감안하면 시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은 LPG 유통사업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LNG, 발전소, 수소,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 SK가스 > |
회사는 전체 LPG 판매량 가운데 약 30%를 석유화학 업계와 산업체로 납품하고 있는데, 올해 3분기 업황악화에 따른 고객사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42킬로톤(KT)이 감소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 여파가 SK가스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어드밴스드는 SK가스가 2014년 LPG사업의 수직계열화 일환으로 설립한 곳이다. 사업 적자가 SK가스에 지분법으로 반영되고 있다. SK가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지분법손실은 6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8억 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윤병석 사장은 LPG 사업에 치우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LNG, 발전소,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신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신사업 가운데 회사가 1조4천억 원을 들인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인 울산GPS가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해 내년부터 연간 2천억 원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가스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조1112억 원, 세전이익 182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7%, 세전이익 52.4% 감소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