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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유주택 10만 가구 시대, 개화기부터 이어진 외국인 부동산 소유 논란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12-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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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에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 수의 규모가 10만 가구 돌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서울 관악구를 중심으로 중국인 집주인의 전세 사기 사건이 빈발하면서 외국인 주택 보유의 그림자도 함께 짙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에 부수해 발생하는 법적 분쟁 등 논란은 한반도 거주 외국인이 급등하던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기부터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외국인 보유주택 10만 가구 시대, 개화기부터 이어진 외국인 부동산 소유 논란
▲ 대한제국 시기 토지 관련 문서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계아문의 지방 관청인 충청남도 지계감리에서 발급한 새로운 형태의 토지문서 '대한제국 전답 관계'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22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외국인은 국내 전체 주택의 0.49%인 9만5058가구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모두 합쳐 9만3414명에 이른다. 외국인 가운데 93.4%는 1주택자였으며 △2주택 소유자 4881명 △3주택 소유자 586명 △4주택 소유자 204명 △5주택 이상 소유자 452명 등이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이 55.5%, 5만2798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 2만1360가구, 캐나다인 6225가구, 대만인 3307가구, 호주인 1894가구 순이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5월부터 외국인 주택 및 토지 보유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 규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외국인 부동산 보유가 늘어나는 데 따라 관련된 민형사상 법적 분쟁 역시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세 사기'에서도 외국인 주택 보유자는 예외가 아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봉천동 일대 중국인이 소유한 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10월8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HUG)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외국인 집주인 전세보증사고가 모두 합쳐 52건 발생했다.

사고 금액은 모두 합쳐 약 123억4천만 원으로 전체 보증사고 가운데 40.4%(21건)이 중국인의 소유로 추정되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인과 관련해 국가적, 사회적으로 논란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유사 이래 한반도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왕래하며 더러는 터를 잡고 살아갔다.

조선시대에는 외국인의 거주지 개념으로는 부산, 진해 등지에 왜관을 두기도 했다. 다만 왜관은 일본인이 조선에서 외교·통상을 하던 무역처·숙박처·접대처로 공관의 역할을 하던 곳인 만큼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에서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기 시작한 기록은 1883년 개항 이후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왕현종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역사문화학전공 교수가 1998년 발표한 ‘대한제국기 한성부의 토지, 가옥조사와 외국인 토지침탈 대책’ 논문에 따르면 1898년 기준으로 조선 거주 외국인 가운데 부동산 보유 비중은 일본인이 60.7%인 1734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청나라가 981명(34.4%)이었다.

1885년부터 1889년까지의 외국인의 토지 및 가옥 매매 건수를 살펴보면 모두 합쳐 253건에 이르렀다. 일본인이 88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미국인이 76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청나라는 69건을 기록했다.
 
외국인 보유주택 10만 가구 시대, 개화기부터 이어진 외국인 부동산 소유 논란
▲ 미국 선교사이자 고종의 외교관 역할을 맡았던 호버 헐버트의 모습. <국가보훈부>

외국인의 주택 및 토지 보유가 늘기 시작하자 대한제국은 토지 소유를 기본적으로 막되 일부 지역에 한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막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는 지계아문을 통한 관계 발급 사업이 꼽힌다. 

지계아문은 지적, 지적공부, 토지분할, 논밭의 거래, 측량, 이용 등의 전권 등의 사무를 전담한 관청으로 1901년 전국의 토지 조사 업무를 수행하던 양지아문에서 분리돼 설치됐다. 

지계아문은 1901년 10월 ‘칙령 21호 직아문직원급처무규정’을 통해 개항장 이외에는 대한제국의 국민에게만 법적인 토지 보유 증서인 지계를 발급하겠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를 통해 대한제국에서의 외국인 토지 소유는 정식으로 금지됐다.

관계 발급 사업은 근대적인 개념의 토지 보유권의 확립을 통해 국민이 보유한 토지를 공적인 차원에서 보호하고자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대한제국은 외국인 토지 소유는 막으면서도 한성부(지금의 서울)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택 보유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주택 소유권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를 함께 마련했다. 1893년부터 한성부 한정으로 도입된 가계 제도가 그것이다.

조선 사회는 애초 토지 분쟁 과정에서 공적인 증거 자료보다는 개인의 증명, 이른바 ‘우리 조상부터 대대로 보유하거나 경작해 온 땅’이라는 개념이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빌리는 대신 부동산 등의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처분권을 넘기는 전당포도 기존 조선에서는 흔하지 않은 사업 형태였다.

결국 이러한 차이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외국인과 조선인의 주택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다.

고종의 최측근으로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고종의 밀서를 전달하려고 시도하는 등 조선의 국권이 침탈당하는 상황 속에서 고종의 외교관 역할을 맡았던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가 겪었던 가옥 분쟁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승일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2014년 발표한 ‘대한제국기 외국인의 부동산 전당 및 매매와 민사 분쟁’ 논문에서는 부동산 소유권 문제를 두고 조선인과 미국인이 다투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헐버트는 한성사범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며 일본 영사관 뒤편에 자리 잡은 69칸짜리 주택을 일본인 후지이에게서 구입하고 한성부에서 가계까지 발급받았다.

하지만 당시 후지이가 조선인 정긍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압류 처리한 저택을 헐버트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분쟁이 발생했다.

정긍조는 자신의 주택이 헐버트에게 팔리자 자신은 돈을 빌렸을 뿐이지 주택을 판 것은 아니라며 주택 소유권이 여전히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헐버트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집을 구매한 뒤 관청의 증명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심지어 정긍조가 무단으로 가옥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공사관과 대한제국 정부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분쟁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헐버트와 정긍조 사이 다툼은 당시 황제이던 고종이 직접 헐버트에게 주택 소유권이 있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면서 마무리된다. 헐버트의 소유권 근거로는 한성부가 공식적으로 발급한 가계가 거론됐다.

황제가 최종 결정에 개입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분쟁이 마무리 됐으나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이전 시대와 달리 개인의 증명 수단보다 공공 문서가 더 높은 공증 능력이 있단 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판례로 남았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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