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12-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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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현물이전 환승 시장이 열리면서 증권사들 새 시장으로 퇴직연금을 낙점하고 고객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퇴직연금 현물이전 환승 시장이 열리면서 증권사들이 다양한 강점을 내세워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는 올해 들어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뛰어 넘었다. 불어나는 퇴직연금 적립 규모에 수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고객 확대를 위한 전열을 다지고 있다.
22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2025년 새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퇴직연금에 힘을 주는 흐름을 이어간다.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뒤 고객들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증권사로 현물이전을 시작했다.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투자상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더욱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지수펀드 매매가 은행에도 허용됐지만 매매방식이 증권사에 더 유리해서다. 고객이 퇴직연금계좌에 상장지수펀드를 편입하려 하면 증권사는 실시간 매수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일정 시간 지연된 가격에 매매가 체결된다.
이밖에 펀드 라인업도 증권사가 은행과 보험사와 비교해 더 넓다.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탓에 은행과 보험사는 퇴직연금 상품 심의가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낮은 운용수익률에 목말라하던 고객들이 증권사로 대거 자금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여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 1달 만에 3천여 개 계좌와 1천억 원의 자산을 수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12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금액이 2천억 원이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증권사 사이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이뤄진 게 아니라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넘어온 고객이 더욱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은행에서 이전된 계좌가 전체 59%를 차지했고 다른 증권사에서 넘어온 계좌는 37% 수준에 그친다.
증권사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보험사 규모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증권·보험·은행 등 42개사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1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22조1천억 원이 증가했다.
은행이 210조3천억 원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증권사는 96조5천억 원, 보험사는 93조3천억 원 규모다. 3분기에 증권사가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 규모를 추월했다.
구조적으로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돼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증권사들이 새 사업으로 퇴직연금사업을 낙점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올해 말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420조 원을 넘어 약 10년 뒤인 2033년에는 9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42개 금융사가 퇴직연금 등을 맡아 관리·운용해 얻은 수수료는 1조4212억 원으로 집계된다. 2018년 8860억 원, 2020년 1조7726억 원, 2022년 1조3231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를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2033년 관련 수수료가 2023년과 비교해 2.5배가 늘어나게 된다.
이에 증권사는 2025년 신사업으로 퇴직연금을 낙점하고 적극적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 신한투자증권 퇴직연금 실물이전 이벤트 그림자료.
한국투자증권은 11월 기존 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 1·2본부 및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했다. 또한 연금영업부도 5개에서 8개로 늘렸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본부 아래 연금사업실을 신설하고 퇴직연금 조직을 연금사업실 아래로 합쳤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본부를 자간관리부문에서 디지털부문으로 이관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연금저축 순입금 행사를 12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2025년 1월까지 ‘퇴직연금 여행 NH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 3월31일까지 개인형퇴직연금(IRP)를 100만 원 이상 옮긴 고객 전원에게 신세계상품권 3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고객을 모시기 위해 조직개편과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수요가 늘면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뿐 아니라 미국 대형기술주가 담긴 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이 높아져 돈을 장기간 묻어 놓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국내 상장지수펀드 규모가 12월 170조 원을 넘어섰는데 여기서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총액은 39조9660억 원에 이른다. 2월 들어서만 3조3천억 원가량 증가하면서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 순자산(36조8226억 원) 규모를 앞질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뿐 아니라 생애주기펀드(TDF)를 포함해 자산배분형 상품 디딤펀드까지 대응 가능한 모든 실적배당상품을 갖추고 있다”며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고객들이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