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보택시용으로 제작된 현대차 아이오닉5가 6월14일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 아래 웨이모가 무인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로보택시)를 위한 차량을 늘리고 사업 반경을 확장하기 위해 한화로 8조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다.
웨이모가 대규모 자금 확보를 계기로 테슬라와 같은 경쟁사와 비교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용 전기차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현대차와 협업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웨이모는 최근 56억 달러(약 7조7493억 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펀딩에는 모기업 알파벳을 비롯해 벤처캐피탈 앤드리슨호로위츠와 운용사 피델리티가 참여해 웨이모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금을 이끌어냈다.
웨이모는 올해 7월 알파벳으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9170억 원)를 수혈받기도 했다.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모두 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웨이모는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및 오스틴을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주당 10만 회가 넘는 시범 주행 차량을 유료로 운행하고 있다. 게다가 주행 지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이에 대해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차량 공유 플랫폼 선두 기업인 우버와 제휴해 2025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웨이모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거론된다.
뉴욕타임스는 “웨이모 로보택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커지자 대규모 자금이 모였다”고 분석했다.
웨이모 성공 가능성은 로보택시 사업에서 잠재적 경쟁사로 꼽히는 테슬라와 대비된다.
테슬라는 지난 10일 열렸던 로보택시 데이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한 사업 비전을 인정받으며 주가도 상승했지만 시범 주행 횟수에서는 웨이모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
테슬라가 미국 연방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인 차량을 승인받을 지도 불확실해 주요 언론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로보택시 회의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규제 승인을 받는 과정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며 “웨이모가 캘리포니아주 공공설비위원회(CPUC)로부터 첫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라고 분석했다.
▲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2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에서 탑승자를 태우고는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공식 유튜브 홍보영상 갈무리. <웨이모> |
이런 테슬라와 달리 이미 웨이모는 상업화 역량을 충분히 증명하면서 본격적 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투자자문사 체크캐피탈매니지먼트는 “웨이모에 투자한 기업은 수익금을 서둘러 받고자 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큰 성공을 바라본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투자사가 로보택시 시장의 중장기적 경쟁에서 웨이모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히 웨이모와 자율주행차 위탁생산 협력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웨이모가 펀딩 과정에서 차량 구매를 위해 투자를 유치했다는 목적을 직접 밝힌 데다 상용화 시기도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웨이모가 테슬라와 비교해 상대적 약점인 전기차 공급망에서 현대차가 ‘해결사’ 역할을 맡을 주요 협력사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경쟁에 자신감을 보였던 배경에는 차량을 직접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 깔려 있었는데 웨이모에게는 이런 측면에 현대차가 대응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웨이모가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앞서 나가 로보택시 시장을 꾸준히 확대해 사용료를 거두면 현대차에서도 차량 판매뿐 아니라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실적발표 뒤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구글 웨이모와 협력에서 부가적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웨이모와 협업은 현대차에게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 개척에서 중요한 경쟁력 향상 요인으로 작용해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셈이다.
웨이모에 공급할 차량이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 안정적인 수주 일감을 안겨다 준다는 측면도 현대차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웨이모가 자율주행 또는 로보택시용 전기차 분야에서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여지도 크다.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분야에서 웨이모를 비롯한 기업과 파트너십 확대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자동차산업 경쟁 구도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