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각) 허리케인 헬렌이 내린 비에 침수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난이 발생하는 빈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 해양대기청(NOAA)이 198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재난 발생 빈도를 집계한 결과를 인용해 매해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양대기청은 피해가 ‘수십억 달러(multi billion dollar)’ 규모에 미치는 재해는 따로 집계한다. 올해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과 밀튼도 집계가 끝나면 각각 397번째와 398번째 수십억 달러 규모 재해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데이터 집계 결과에 따르면 1980년 기준 단 3건에 불과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 재해는 2023년 기준 28건까지 증가했다. 수십 년 사이에 발생 빈도가 약 7배 증가한 것이다.
이에 미국 국내에서 재해 대책을 전담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지난해 9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 연방재난관리청을 위한 추가 예산 편성을 요청해 기관 운영을 이어 나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연방기관들이 합작해 발간한 '제5차 기후평가(NCA)'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며 "그 문제는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양대기청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제5차 기후평가 보고서조차도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담 스미스 해양대기청 기후학자는 "(수십억 달러 규모 재난과 같은) 극단 현상들은 실제로 많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싶다면 안 좋은 소식이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기후학자가 근무하는 해양대기청 환경정보 센터는 앞서 지난달 발생한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해당 센터는 헬렌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가운데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 위치해 있다.
다행히 해양대기청 직원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홍수로 건물 전체가 침수된 탓에 내부에 있는 데이터베이스 설비를 몇 주에 걸쳐 복구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스미스 기후학자는 "그때 우리는 물도 인터넷도 없이 전력만 간신히 공급받았다"며 "우리 모두에게 있어 매우 큰 재난이었다"고 회고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