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이 기체 위쪽에 추가 부품인 암(Arm)을 장착한 뒤 이를 활용해 문을 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아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산업용 로봇 사업 전략이 2족 보형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앞세우는 테슬라, 애플 등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보다 원가나 효율에서 장점이 많은 4족 보행 로봇을 제조현장에 투입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만드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은 물론 차세대 모빌리티 육성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보행 형태 로봇은 2족보행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보다 생산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로봇에서는 핵심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 개수 차이가 원가 격차로 이어진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액추에이터가 30여 개 들어가는 반면 4족보행 형태에 쓰는 액추에이터는 일반적으로 12개 정도에 머문다.
여기에 더해 4족보행 로봇은 배터리 수명에서도 휴머노이드와 비교해 우위를 보인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실험 단계에서 상업화에 힘을 주지는 않는 상태다.
대신 로봇개로 불리는 스팟을 비롯한 4족 보행 로봇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는 주요 고객사이자 모회사인 현대차와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 공장에 4족보행 로봇을 도입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스팟’을 공장에 투입해 데이터 수집이나 탐사 업무를 맡길 방침으로 전해졌다.
바꿔 생각하면 테슬라와 BMW를 비롯해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려는 기업은 비용 측면에서 다소 비효율적인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테슬라는 자체 산업용 로봇으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만을 개발하고 있으며 BMW도 오픈AI가 투자한 휴머노이드 피겨02를 테스트하고 있다.
포브스는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형태가 항상 정답이지만은 않으며 네 발로 걷는 로봇에 비용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2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에 위치한 BMW 공장 생산 라인에 배치돼 있다. < Figure > |
물론 로봇 기업들에게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형태가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로봇 박람회에서도 다수의 기업이 경쟁력 있는 휴머노이드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마트폰 최강자인 애플도 로봇사업 진출 계획을 본격화하며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휴머노이드인 아틀라스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세를 탔다. 과거 아틀라스를 시연한 영상에서 테슬라 옵티머스와 대비해 기술력 월등한 우위를 보였다.
그럼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대신에 4족보행 로봇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에서 실용성과 시장성을 고려한 냉철한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점이 읽힌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소속 마이크 머피 최고 엔지니어는 포브스를 통해 “로봇의 진화는 활용도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장기간 다양한 로봇 라인업의 상용화를 준비해 왔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개발하면서도 당장 사업화에 유리한 산업용으로 4족보행 로봇을 앞세워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바퀴가 달린 사각형 받침대에 대형 로봇 팔을 단 ‘스트레치’로 독일 물류기업 DHL에 1500만 달러 어치 공급을 포함한 다수의 판매 계약을 따냈다.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시기가 가까워지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쟁력과 성장세가 더욱 주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에서 로봇 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잠재력을 갖춰 가는 흐름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벤치마크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2032년에는 1698억 달러(약 226조 원) 규모로 올해부터 연평균 15.1%씩 성장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로봇 시장은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혁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