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사업 점검]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교체 효과 '아직', 조병규 폴란드서 분위기 반전 노린다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2024-08-22 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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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내수시장 한계 극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수익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가 리오프닝에 발맞춰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해였다면 올해는 실질적 성과와 함께 해외사업을 고도화해야 하는 해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은행들의 상반기 해외법인 실적을 통해 글로벌사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7월26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30% 넘게 순이익이 줄었다.
올해 3월 글로벌그룹장을 연임 결정 3달 만에 교체한 '고육책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은행권 최초로 지점 설립을 추진하는 폴란드를 통해 하반기 해외사업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22일 우리은행 공시를 보면 해외법인 11곳은 상반기 순이익(지배주주)으로 944억3600만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2.6% 감소했다.
글로벌 사업 주요 거점으로 점찍은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모두 부진했다.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 순이익은 10.5% 줄었고 베트남우리은행 순이익은 6.3% 감소했다. 캄보디아법인은 1분기부터 시작된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우리은행 전체 해외법인 순이익에서 이들 3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조 행장이 1분기가 끝나는 3월 말 기존 글로벌그룹장을 연임 결정 3개월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지만 분위기 반전을 이끌지 못한 셈이다.
부행장급 임원을 연중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 일인 만큼 당시 조 행장의 결정은 성과가 우선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법인장들에게도 강한 긴장감을 심어준 것으로도 여겨졌다.
조 행장은 하반기 폴란드 지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은행권 최초로 폴란드 지점 설립을 최근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 서울 중구 우리은행.
폴란드 지점은 유럽우리은행법인 아래 하나의 지점으로 들어간다. 유럽우리은행은 자산 기준 우리은행 11개 해외법인 가운데 6번째 놓였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폴란드가 국내 원전과 방산산업의 수출기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징성과 성장성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은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 “성장 가능성 높은 지역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면서 어려운 지역은 과감히 철수할 것”이라며 “K방산 수출과 우크라이나 재건 공동사업 추진에 따른 금융수요 증가 대응을 위해 최근 폴란드 지점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은행권 최초란 수식어에는 상징성을 떠나 현실적 이득도 있다.
은행 해외법인은 특성상 현지 일반 고객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등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데 초기에 진출하면 국내 기업 네트워크를 쌓기 수월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중은행 글로벌 사업 강자로 여겨지는 신한은행도 베트남과 일본에서 이같은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여겨진다.
조 행장은 폴란드와 함께 동남아 3대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계속 이끌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조 행장은 7월 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금융명가 재건 및 개인금융 경쟁력 높이기와 함께 '글로벌사업 레벨업'을 하반기 세부 추진계획으로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사무소 1곳, 베트남 지점 1곳과 출장소 2곳, 캄보디아 지점 2곳 등을 세웠다. 인도에는 추가 지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3대 법인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폴란드와 인도 등에서도 올해 확장을 앞두고 있으며 인도 지점은 3분기 신설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