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이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 부회장에 이어 또 다시 이공계 출신을 대표이사로 맞았다.
권혁웅 한화생명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은 학사와 석사, 박사 모두 화학공학을 전공한 전문경영인(CEO)이다. 기존 금융업계 출신 CEO들과는 다른 새로운 문법으로 한화생명의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과 글로벌 신사업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 권혁웅 한화생명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이 이공계 출신으로 인공지능 등 신사업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성과 평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낯선 보험업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권 부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험업 경력이 전혀 없는
권혁웅 부회장이 전날 한화생명 각자대표이사에 오른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 부회장은 한양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 받은 에너지 전문가다.
1985년 한화에너지에 입사한 뒤 여수열병합발전 대표, 한화에너지 대표, 한화토탈 대표, 한화종합화학 대표를 지내는 등 주로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분야에서 일했다.
직전 직함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대표다. 40년을 한화그룹에서 일하는 동안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생보사에 이공계 출신 대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생명은 전임이었던
여승주 부회장도 이공계 출신이다. 하지만 여 부회장은 수학을 전공한 재무전문가로 대한생명 때부터 한화생명에서 오랜 기간 일한 뒤 대표에 올랐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 출신 경영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오너 일가인 만큼 사원부터 시작해 대표에 오른 전문경영인(CEO)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화생명은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산업이 급변하는 시기, AI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권 부회장의 주요 선임 이유로 내세웠다.
권 부회장은 이공계 출신인 만큼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AI와 디지털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금융사 재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점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도 있다.
권 부회장은 이미 AI와 디지털분야에서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권 부회장은 한화에너지에서 기존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 한화오션에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조선소 ‘스마트야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글로벌사업 경험이 많은 점도 권 부회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권 부회장이 거친 한화오션, 한화토탈, 한화에너지 등은 해외사업을 적극 펼치는 계열사로 평가된다.
권 부회장은 전 직장이었던 한화오션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독일, 폴란드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한화생명은 그동안 국내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최근 들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증권시장과 인도네시아 은행시장에 진출하며 해외사업에 적극 힘을 싣고 있는데 권 부회장의 해외사업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특히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권 부회장은 과거 한화오션 인수와 인수 이후 통합(PMI) 과정도 안정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권 부회장이 에너지 분야에서 오래 일했지만 한화생명과 접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권 부회장은 2015년부터 약 3년 간 한화 지원부문 HR실장 부사장,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한화 지원부문 총괄 사장 등을 지내며 그룹 전반의 살림을 챙기기도 했다.
권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이끈 것도 한화 지원부문 총괄로 일할 때인데 당시 성공적 인수합병의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한화오션 초대 대표에 올랐다.
권 부회장이 개별 계열사 대표는 물론 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조직을 거치며 그룹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만큼
김동원 사장의 멘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생명이 각자대표체제로 6년 만에 돌아간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화생명은 보험전문가인 이경근 사장이
권혁웅 부회장과 각자대표이사를 맡아 이끈다. 이경근 사장은 1991년 한화생명에 입사해 30년 넘게 보험업계에서 종사한 한화맨이자 영업전문가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과 이 사장이 각자대표이사로 각각 '디지털·AI 전략'과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디지털과 해외 등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의 성과를 위해서도 권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한화그룹 승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에게 그룹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물려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과 에너지 등 그룹의 주력사업을 이끌고 있다. 둘째 아들인
김동원 사장은 금융,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유통서비스분야에서 각각 일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을 확대하고 있지만
김동원 사장은 아직 계열사 사내이사에 오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머지않은 시기
김동원 사장도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사내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전날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을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권혁웅 이경근 각자대표이사는 전날 공동 명의로 발송한 임직원 대상 'CEO레터'를 통해 ‘라이프솔루션 파트너’를 새로운 한화생명의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권 부회장과 이 사장은 “고객의 삶에서 스쳐가는 '점'이 아닌,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이어주는 '선'이자 삶의 여정이라는 넓은 '면'을 채우는 '라이프솔루션 파트너'가 한화생명이 나아갈 길”이라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도 우리가 변함없이 추구해 나갈 목표”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