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화석연료 반대 시위. 미국 남부 멕시코만 일대에서 벌어지는 채굴 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멕시코만에 인접한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가 상승에 수혜를 본 화석연료 기업들이 투자자들에 막대한 자금을 배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 세계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기업들에 추가 과세를 하는 등 기후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유엔(UN) 등 기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견조한 유가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자체 집계 결과 지난 12개월 동안 10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낸 글로벌 기업들이 올해 분배한 배당금 총합은 약 5690억 달러(약 788조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화석연료 기업의 내놓은 배당금 합계는 2060억 달러(약 285조 원)로 전체의 약 3분의1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배당금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기록했다.
화석연료 기업들이 지난 1년간 배당한 금액은 매년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입는 경제적 피해 규모를 상회한다.
글로벌 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가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홍수, 열대성 사이클론, 눈보라 등으로 전 세계에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 규모는 연간 2000억 달러(약 277조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미국 연평균 손실액은 970억 달러(약 134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4%를 기록해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다.
GDP 대비 가장 큰 손실 비중을 기록한 나라는 필리핀으로 매년 GDP의 3%인 120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 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주요국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에 제공한 보조금 규모는 1조3천억 달러(약 1800조 원)에 달했다. 2020년 5천억 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업들이 버는 돈에 비교하면 동전 수준(nickel and dime)에 불과한 개인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각국 정부들이 신속하게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고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책임지도록 탄소가격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가별 탄소 배출권 가격이 이산화탄소 1톤당 평균 85달러(약 11만 원)까지 인상돼야 한다는 권고가 이어졌다. 올해 7월 기준 한국 배출권 가격은 약 8900원에 불과하다.
환경단체들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화석연료 기업들이 더 많은 자금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리바 하미드 영국 그린피스 공동디렉터는 가디언을 통해 "정부는 기후피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서민층 대신 석유기업 사장들에 요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러 정부가 합심해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상반기에 파워시프트 아프리카 등 글로벌 비영리단체들과 공동으로 ‘기후피해 세금’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산유국들이 자국 화석연료 기업들에 기후피해세를 부과한다면 2030년까지 7200억 달러(약 996조 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들이 입은 기후피해와 향후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인 1800억 달러(약 249조 원)보다 몇 배는 더 큰 금액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세계 환경의 날 연설을 통해 "화석연료 기업들은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기후변화에 관한) 진실을 왜곡하는 데 사용해 왔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이런 행위를 막고 에너지 전환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