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산업은행이 에어부산 분리매각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산업은행은 주된 이유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절차를 언급했지만 에어부산의 아시아나항공 의존도가 높아 분리매각 이후 사업 경쟁력 악화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 에어부산 여객기가 2023년 4월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
11일 산업은행이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에 사실상 선을 긋자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취임 2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두 국적의 합병 과정에서 저비용항공사를 합병하는 문제는 합병 계획문에 들어간 사항이다"며 "지금 합병 조건을 바꿔버리면 전체 과정을 다시 해야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 계획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게 이유로 거론됐지만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의 홀로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고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아시아나항공 의존도는 작지 않다.
실제로 에어부산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공시 자료 등을 살펴보면 에어부산이 지배기업인 아시아나항공로부터 얻는 이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에어부산은 1분기 말 기준 운용기재 23대 가운데 14대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리스하고 있다.
분리매각이 실현되면 에어부산은 각 항공기제조사나 리스사로부터 항공기를 직접 협상해 도입해야 하는데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을 거칠 때보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다른 항공기 리스사(최소 4.71%~최대 8.35%)보다 저렴한 연이자율 4.71%로 리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에어부산은 기체 리스계약 이외에도 공동운항, 항공기 정비 포괄위탁,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지상조업 지원 등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있는 동안 직간접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
분리매각이 성사되면 이러한 지원들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분리매각 이후 든든한 재무적 지원이 사라지는 위험도 있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적 지원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버텼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에어부산의 자금사정이 악화됐을 때 에어부산이 발행한 전환사채 1200억 가운데 1100억 원을 인수했다. 같은 시기 에어부산의 3번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1845억 원을 지원했다.
부산시민단체와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는 에어부산의 자립능력이 충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에어부산의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다.
▲ 부산광역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거덕도신공항의 예상 이미지 |
에어부산은 2023년 매출 8904억 원, 영업이익 159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제주항공(9.5%), 진에어(14.3%), 티웨이항공(10.2%) 등과 같은 경쟁사보다 높은 영업이익률(17.9%)을 기록했다.
지역경제와 2029년 개항하는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부산 거점 항공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거점항공사는 지역 공항을 위해 노선을 개발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거점항공사의 존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