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마이크로LED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데 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은 올레드(OLED) 기술 개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다양한 응용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지나치게 높은 생산비용을 경계해 투자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중국 BOE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LED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초소형 LED(발광다이오드)를 기판에 부착하는 마이크로LED 제작공정. <삼성전자 뉴스룸>
16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BOE는 마이크로LED 생산설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BOE의 자회사인 HC세미텍(화찬광전)은 중국 주하이시에 구축하는 마이크로LED 웨이퍼 제조와 패키징 테스트 기지 건설에 20억 위안(약 3728억 원)을 투자하고, 올해 12월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최근 주하이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BOE의 주하이시 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2025년 6월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에만 9억7천만 위안(약 1808억 원)이 소요된다.
주하이시 공장에서 생산되는 마이크로LED 패널 제품은 주로 대형 상업용 디스플레이에 사용되지만, XR(확장현실) 헤드셋과 착용형 기기(웨어러블)에도 활용된다. 생산설비가 모두 구축된 뒤 연간 생산량은 50억 위안(약 932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LED 소자 하나 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화소 역할을 하는 LED 소자 각각의 빛을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명암비 등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올레드와 비교해 10~100배 밝은 화면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게다가 마이크로LED 소자는 무기물인 만큼 외부환경에 강하고 수명이 길다. 이에 비해 올레드는 유기물 소자로 이뤄져 자외선과 고온에 취약하다. 이런 측면에서 올레드는 야외환경에서 주로 쓰이는 웨어러블 기기나 가상현실(VR) 기기 디스플레이로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BOE는 차세대 패널로 마이크로LED가 부상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BOE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3년 마이크로LED 매출은 29억200만 위안(약 54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마이크로LED의 응용처. < LG디스플레이 블로그 디스퀘어 >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 양산 확대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LED의 생산공정 복잡성으로 생산비가 지나치게 높고, 이에 따라 패널 가격이 높아져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이크로LED가 적용된 TV는 가격이 1억~2억 원대에 달하며, 세계 연간 판매량이 1천 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도 자사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개발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높은 비용 탓에 사업을 중단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선행 기술을 소개하는 미국 ‘SID 2024’ 전시회에서도 마이크로LED가 아닌 올레드를 중심으로 전시 부스를 꾸렸다. SID는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 매년 개최하는 학술대회 및 전시회로, 올해는 지난 14~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세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퀀텀닷(QD)-LED를 선보였는데, 퀀텀닷(QD)-LED는 생산비용이 마이크로LED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중화권 기업들은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사업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 IT 전문매체 아이지웨이는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AUO는 2년마다 마이크로LED 생산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10년 내 마이크로LED 가격이 LCD나 올레드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7년 10~14인치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현재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