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본업인 카지노 사업에 불안 요소가 계속 존재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강원랜드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뒀으나 여전한 숙제도 확인했다.
비카지노 경쟁력 강화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업인 카지노 사업의 경쟁력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서는 강원랜드가 전날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놓고 시장 기대치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원랜드는 2023년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683억7300만 원, 영업이익 758억6700만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8.9% 증가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 1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인 656억 원을 웃돈 것”이라며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적의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강원랜드가 마음을 놓기 어려워 보인다.
카지노 부문 매출은 3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반면 비카지노 부문 매출은 522억 원으로 0.1% 증가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 부문의 비중은 85.8%로 0.3%포인트 늘었다.
강원랜드가 비카지노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카지노 사업의 중요성만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카지노 부문의 매출 증가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25.1% 홀드율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도 분석된다. 지난해 강원랜드의 평균 홀드율은 23.1%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 1분기 실적을 놓고 “역대급 홀드율에 따른 이익 선방”이라며 “2분기에도 꽤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라봤다.
홀드율은 카지노 이용객이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칩을 구매한 금액(드롭액) 가운데 카지노가 게임에서 승리해 회수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카지노의 수익성에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지만 게임에서 승리한 정도에 따라 변하는 지표인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카지노 입장객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점은 강원랜드로서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지노 입장객은 60만46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카지노 입장객은 지난해 4분기에는 56만99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는데 올해 1분기에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방문객 감소에 더해 인당 드롭액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 카지노의 1분기 전체 드롭액은 1조38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가 감소했다”며 “특히 VIP멤버십 매출 비중이 직전 분기 8%에서 1분기 11%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당 드롭액이 228만 원으로 5% 감소한 점은 아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로 운영되는 취지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과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카지노 방문객 감소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카지노와 호텔, 다양한 레저 시설을 결합한 '복합 리조트' 조성을 통한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월에는 영종도에 국내 첫 미국계 카지노인 인스파이어가 문을 열었다.
해외에서도 마카오, 필리핀 등은 물론 기존에 카지노를 금지해 온 태국, 일본까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조성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9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장할 복합 리조트는 강원랜드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랜드로서는 강도 높은 정부 규제가 아쉬울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카지노 이용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성장한 불법 온라인 도박 및 홀덤펍 등이 꼽히지만 정부 단속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강원랜드는 배팅 한도를 비롯해 영업시간, 테이블 수 등 세부적 부분까지 정부의 규제에 따라 카지노 영업을 해야 하는 만큼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강원랜드는 한계가 뚜렷한 카지노 사업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복합 리조트화를 통한 비카지노 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시간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까지 필요한 일인 만큼 빠르게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강원랜드가 추진하는 ‘K-HIT 프로젝트 1.0’을 보면 2032년까지 2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에 정부의 규제 완화까지 이뤄져야 한다.
임 연구원은 “2029년에 일본 오사카에 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신설 등을 고려하면 강원랜드의 투자 계획은 올바른 방향성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강원랜드가 계획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인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