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입춘이 지나면서 어느 때보다도 춥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냥 어둡기만 하던 국내경제도 조금씩 개선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얼어 붙다시피 했던 채용시장도 고급인재를 중심으로 조금씩 온기가 퍼지고 있다.
▲ 채용시장에서도 고급인재를 중심으로 조금씩 온기가 퍼지고 있다. 사진은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
핵심인재 채용 플랫폼인 비즈니스피플에 등록되는 채용공고도 연말을 지나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소재, 기계, 로봇 분야의 주력기업들이 고급인재를 필요로 하는 핵심직무를 중심으로 채용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채용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잠깐 날 풀리고 꽃 몇 송이 피었다고 봄의 도래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 입춘 추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작은 증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다는 증거 또한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미국의 고금리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파장 역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해 왔던 중국 경기는 여전히 개선 조짐이 안 보이고, 유럽도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중국과 함께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던 독일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EU의 우등생에서 유럽의 병자로 급전직하했다.
이 때문에 고급인재 채용 시장의 태동이 질적 차원을 넘어 양적 차원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의 인력 채용은 아직 필수 포지션, 사활적 필요 포지션에 국한되고 있다. 아직 고급인재를 다루는 헤드헌팅 수요만 늘고 있는 상태다.
호황기이든 불황기이든 기업이 채용에 나서려면 외부 인재를 수혈할 경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이 들어야 한다.
다른 기업은 멀쩡한데 우리만 어려운 '나홀로 불경기'라면 당연히 채용을 하게 된다. 또 불황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면 좋은 인력을 싸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채용을 늘리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이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혁신에 나설 수 있는 단계로 현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2024년 봄, 기업들은 아직 자신감이 없다.
▲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은 불황기이지만 기업들이 인재확보의 시동을 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커리어케어>
채용시장이 개화기에 들어 서려면 아무래도 4-5월은 지나봐야 할 것 같다. 여전히 높은 고용률과 대선정국 때문에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그 때쯤이면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4월 총선이 끝나면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건설회사를 넘어 여신회사 전반으로 확대될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쯤이면 한반도의 지정학 위험이 어떤 수준에서 관리될 수 있을지도 지금보다는 좀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채용 시장은 날씨를 닮았다. 그만큼 변덕이 심해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갖은 변덕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여름과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은 결국 오고야 만다는 것이다. 한 치 앞만 보면 지루하게 변곡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결국 시간은 지나가고 살아 남은 기업은 앞으로 나아간다.
위기를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시간을 보는 방법이 다르다. 불황은 짧고 인재는 길다.
무엇보다 글로벌 인재의 블랙홀인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 그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인재 확보의 시동을 걸 때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피플 사장 진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