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1년 8개월 만에 9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번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의 진상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다가온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밝히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유가족 뜻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에 따라 적법하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52.7%)이 절반을 넘은 것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발표를 궁색하게 만든다.
이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를 충족해 발표한 조사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더 자세한 사항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대표인 국회의원과 국민의 여론 과반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안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원인파악을 미루는 것은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부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덮으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각에서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행사진행 통제와
윤석열 정부의 이태원참사 처리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진상조사를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모습에서 부각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월 월드컵 안전통제본부를 방문해 대회의 성패가 안전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시로 경찰청장과 연락을 주고받아 현장통제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 미흡한 점은 사과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갈등도 해소되고 국민통합도 이룰 수 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에 있는 특별조사위원회는 단순히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특별조사위는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자를 고발할 권한과 의무를 갖지만 무엇보다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사회적 원인과 책임을 정리 및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사태의 원인을 밝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행정시스템을 정비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배상 및 지원책을 이번 주 내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들은 거부권이 행사된 날(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진상규명 없는 피해자 지원책이 아니라 진상조사기구를 설립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진상조사를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돈으로 무마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