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로 미국에 진출한 지 6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1%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왼쪽)와 셀트리온(오른쪽)이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로시밀러로 성과를 내는 데 고전하고 있다.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이 발표한 2023년 12월 미국 성분명 아달리무맙 소매 처방 실적에 따르면 오리지널의약품 휴미라의 처방 점유율은 98.5%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하드리마는 0.6%로 2위, 암젠의 암젠비타는 0.5%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 유플라이마는 0.1%에 그쳤다.
물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12월 소매처방 기준으로 0.6% 달성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준으로 처음으로 암젠을 넘어섰지만 절대량이 너무 적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인 애브비가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 철저한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이다.
사실상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모두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휴미라는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미국 시장규모만 24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에서 의약품 특허가 풀리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현재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한 곳은 삼성바이오에스피스와 셀트리온뿐 아니라 암젠과 코헤러스, 베링거인겔하임, 비아트리스, 산도즈, 프레제니우스카비 등 8개 업체지만 이 가운데 고농도 휴미라 라인업을 갖춘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산도즈, 셀트리온 3곳에 그친다.
고농도 제형은 기존보다 적은 투여량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통증을 유발하는 구연산염이 제거돼 편의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더구나 고농도 제형은 미국 휴미라시장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하드리마 고농도의 의약품 공시가격(WAC)을 1038달러 책정해 오리지널 신약 대비 가격이 85%저렴하다. 반면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의 WAC는 6576달러로 할인률이 5%에 그친다.
미국 의약품의 가격에는 크게 제약사가 결정하는 의약품 공시가격인 WAC와 공시가격에서 리베이트, 할인 등이 반영된 실제 판매가격의 평균ASP로 나뉜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피하주사제형인 만큼 약재급여관리기관(PBM)의 처방집 등재가 중요한 만큼 WAC 책정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리베이트나 보험환급가격 등이 모두 WAC를 기준으로 결정돼 WAC 책정이 약재급여관리기관과 보험사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가격 전략에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이제는 소매 처방을 확대하기 위한 상호교환성 허가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하드리마.
상호교환성 허가는 바이오시밀러와 별개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상호교환성을 확보하면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의사의 개입없이 약국에서 대체 조제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하드리마의 상호교환성 인증관련 바이오의약품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셀트리온도 올해 1월 유플라이마의 상호교환성 허가를 위해 진행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휴미라와 상호교환이 가능하도록 변경하가를 신청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허가 신청 이후 1년 정도 걸리는 만큼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교차 처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업체 모두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보유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