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서로 달라 별도로 운영되지만 기술수준과 주력 제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을 이끌던 이동재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올해 7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1년 반 만에 재개했다.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시제품을 생산하도록 파운드리 공정 라인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이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키파운드리는 2022년 멀티프로젝트웨이퍼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올해 재개해 7회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2024년에는 12회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8인치 웨이퍼 기반의 성숙공정 파운드리는 향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탑재할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내연기관차에는 200~300개의 전장용 전력반도체가 투입됐다면 전기차는 1천 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 모두 전장용 전력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엔진컨트롤유닛(ECU), 전력관리칩(PMIC) 등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키파운드리 인수는 SK하이닉스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외에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포함)로 사업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박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의 3배 수준으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해 향후 확장성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현재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내외에 불과하다.
박정호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쇼 ‘CES 2023’에서 “실제로 우리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모바일이나 서버 쪽이지만 자동차 고객을 추가해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우선 틈새시장인 8인치 웨이퍼 분야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파운드리 10위 안착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 키파운드리 청주 본사. <키파운드리>
2022년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합산 매출은 1조8642억 원으로 이미 10위권에 이른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의 국내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5.9%로 삼성전자(73.9%)와 LX세미콘(11.2%)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시장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점차 삼성전자와 같이 12인치 웨이퍼 첨단공정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지금처럼 대규모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첨단공정 파운드리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투자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TSMC, 삼성전자 등 이미 선두업체들과 벌어진 기술, 네트워크 격차를 좁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사업에 성공하려면 시장을 더 세분화하고 치밀하게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의 경희권 부연구위원, 김상훈 선임연구위원은 8월 ‘세계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접근 방식만으로는 시장 공략에 한계가 분명하며 장기간에 걸친 목표 분야의 실력 배양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며 “각 소자별로 공고한 지배 기업군이 존재하는 등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