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 전념하고 있으며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해낼 것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최근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조 회장의 의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커다란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병을 통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메가캐리어를 만들어 대한항공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꿈이 조 회장에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바로 경영권과 관련된 이야기다.
조 회장의 반대 세력, 소위 ‘3자 연합’의 한 축이었던 반도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여전히 분쟁의 씨앗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도와 마찬가지로 3자 연합의 한 축이었던 KCGI의 지분은 호반건설에게 넘어가 아직도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고,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5.78%에 불과하디.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 사장(5.73%)와 비슷한 수준이며 여기에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3.73%)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삼자연합과의 싸움에서 조원태 회장은 우군들인 산업은행, 델타항공의 지분에 힘입어 신승을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인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하보면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하면 산업은행은 더 이상 조 회장의 우군이 아니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진가는 아버지 조양호 회장 대부터 무자비한 ‘형제의 난’을 겪었던 기업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과 관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리는 아니다.
한진그룹 ‘형제의 난’은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사망하고 4년 후인 2006년에 표면화됐다.
한진그룹의 승계는 겉보기에는 굉장히 부드럽게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주력사업인 대한항공과 한진 등을 물려받았고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인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인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을 물려받았다.
문제는 차남과 4남이 물려받은 한진중공업과 메리츠금융의 덩치가 장남과 3남이 물려받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비해 작았다는 것이다.
장자 승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장자가 아닌 다른 형제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가에서는 그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2005년 정석기업 지분을 둘러싸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형인 조양호 회장이 선친의 유언장을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형제의 난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항공과 한진은 보험사를 4남의 메리츠증권에서 메리츠증권의 경쟁사로 바꿔버렸고, 2남의 한진중공업은 직원들에게 출장갈 때 절대로 대한항공을 타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조원태 회장의 대에서 다시 이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남동생을 상대로 ‘반기’를 들었다가 실패해 사실상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조현민 사장은 ‘물컵 갑질’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오빠인 조원태 체제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오빠와 관계가 상당히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물컵’이라는 꼬리표가 남아있는 이상 사실 적극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와 삼촌 대에서는 없었던, ‘외부 세력’이 아직 한진칼에 남아있다는 것을 살피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마음이 편하기만은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세계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을 우뚝 세우는 한편, 한진그룹 경영권도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