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K금융 인니⑩] IBK기업은행 차재영 "우리는 원팀, 단단한 은행으로 가고 있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5-19 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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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차재영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 법인장(가운데)이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본사에서 직원들과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자카르타=비즈니스포스트] “기사 사진은 꼭 우리 직원들과 같이 찍은 걸로 써 주세요.”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 본사에서 만난 차재영 법인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부탁했다.
그의 말에는 팀원들과 함께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을 단단한 은행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직원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강하게 묻어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다른 국내 주요 은행들과 비교해 인도네시아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019년 1월 인도네시아 은행 순위 100위권 밖에 있는 소규모 은행인 아그리스(Agris)와 미트라니아가(Mitra Niaga) 2개를 인수해 2019년 9월 출범했다. 출범한 지 4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주재원들의 노력으로 짧은 기간 안에 더없이 단단한 은행으로 바뀌었다.
출범 후 자산은 2019년 말 6조 인도네시아루피아(약 5300억 원)에서 2022년 말 18조 루피아(1조6천억 원)로 3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과 예금 자산은 각각 4조 루피아(3500억 원)에서 8조 루피아(7100억 원)로 2배씩 증가했다.
2021년에는 인수 전 지니고 있던 부실자산을 대부분 털어내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순이익 1034억 루피아(92억 원)를 올렸다.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 557억 루피아(50억 원)를 거두며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한 분기에 냈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75% 증가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 본사가 있는 'Wisma GKBI' 건물 1층 영업점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부실채권(NPL)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부실채권비율은 인수 직후인 2019년 말 11.68%에서 지난해 말 1.99%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은행 평균 2.44%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부실채권비율은 1.81%로 계속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빠르게 수익성과 건전성을 회복한 성과를 인정받아 4월 인도네시아 금융전문지 ‘인포뱅크’ 평가에서 중소기업지원 최우수은행에 선정되기도 했다.
차 법인장은 이처럼 좋은 성과의 배경으로 ‘팀워크’를 내세운 것인데 주재원들과 직원들의 좋은 팔로우십이 없다면 이같은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차 법인장은 “처음 인도네시아법인에 왔을 때 말도 안 되게 높은 부실채권비율을 보고 이걸 떨어트리지 않으면 답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이 수치를 낮추기 위해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다”며 “당시 그처럼 치열하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잘 따라준 주재원과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부실채권비율을 크게 줄인 데는 차 법인장의 개인적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차 법인장은 기업은행 입행 초반 국제투융자(투자융자)팀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업무를 5년가량 맡았다.
차 법인장은 재무 전문가다. 기업은행에 입행해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관리부에서 오래 일했다. 2016년부터 기업은행 뉴욕지점장으로 3년가량 일한 뒤에도 경영관리부장으로 일하다 2021년 초 인도네시아법인장에 부임했다.
차 법인장은 최근 들어서는 현지 기업을 향한 대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차재영 법인장이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본사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출범 당시 전무하던 한국계 기업 대출 비중이 현재 전체의 40%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계 기업 대출 확대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 기업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차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를 통해 현지 기업과 한국계 기업 대출이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용평가 시스템 도입,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구축,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현지 직원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될 수 있도록 현지 영업조직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 법인장은 이를 위해 현지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도 앞장서서 열심히 익혔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 한 주재원은 “차 법인장은 일상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현지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며 “다른 금융사 주재원 가운데서도 현지어를 차 법인장 만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이를 찾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차 법인장의 역할은 기업은행의 경쟁력 강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 법인장은 현지 한인상공회의소 감사도 맡아 주재원과 현지 한인사회의 가교 역할에도 앞장섰다.
그만큼 기업은행을 비롯한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인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길, 인터뷰 중간 차 법인장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난 언젠가 떠날 사람이다. 내가 떠나고 나서도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누가 온다 해도 시스템으로 잘 굴러갈 수 있는 단단한 은행을 만드는 일이 여기 있는 동안 내가 할 일이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재 106개 은행 가운데 자산 순위 64위에 올라 있다. 다른 한국계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목표는 작지 않다.
기업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030년 자산 50조 루피아(4조4600억 원), 순이익 1조 루피아(89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자산은 3배, 순이익은 10배가량 늘어야 한다.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목표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단한 팀워크 안에서 안정적 시스템을 갖춘다면 불가능한 미래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한재 기자